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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 성공 시킨 가게들 지역 땅값까지 올려
‘풍림다방’ 손님 몰리자 가게 이전 준비차 휴업
명소 뺏길까 주민이 직접 나서 이전 장소 물색
[글·사진=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단연 제주도입니다. 제주 안에서도 바닷가에 자리한 주택이나 땅은 매입 후 카페나 레스토랑 등을 운영할 목적으로 외지인들의 입찰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4일에도 제주시 삼양1동 1638-7번지 ‘삼양검은모래해변’ 인근 322.7㎡짜리 대지가 무려 41명이 응찰해 감정가(1억 5166만 9000원)의 두 배가 넘는 3억 52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제주지역 부동산 경매 물건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0%를 넘긴 지 오래고 물건이 나오기 무섭게 응찰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매년 1만명이 넘는 인구가 제주로 유입되면서 외지인과 현지인 간의 소통 부재와 반목 등으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지인이 성공적으로 운영해 지역 명소로 떠오른 가게들이 속속 생겨나 인근 부동산 가격까지 끌어올리면서 현지인들의 시선도 차츰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CJ계열 케이블 채널인 ‘tvn’의 맛집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에서 지난 6월 소개돼 유명세를 탄 ‘풍림다방’은 개업 1년 만에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를 단숨에 제주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게 했습니다. 이곳은 풍부한 원두 향과 입안을 감도는 신맛, 탁 트인 바다 전망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최고의 핸드드립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방송 이후 제주 관광객들의 성지로 떠올랐고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기본 2시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풍림다방을 비롯해 외지인이 성공 시킨 가게들은 관광객만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평범한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평대리의 땅값도 올려놨습니다. 평대리의 380㎡(옛 115평)짜리 한 표준지는 3.3㎡당 공시지가가 2010~2014년 4년간 15만 5100원에서 16만 6650원으로 연평균 1.85%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18만 6450원을 기록하며 불과 1년 만에 11.9%가 급등했습니다. 6년 치 땅값 상승분을 한 번에 가뿐히 넘긴 셈입니다.
이렇게 되자 주민들도 뜨는 가게를 자기 동네에 붙잡아 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풍림다방은 운영자가 손목 골절로 인한 염증 등 건강 악화를 이유로 한 달째 가게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점포 계약 기간 만료도 얼마 남지 않아 좀 더 넓고 입지가 좋은 점포를 찾아 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풍림다방이 평대리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점포를 옮길 것을 우려해 직접 나서 가게 자리까지 알아봐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풍림다방 측은 “제주로 이주해 바로 가게를 연 것이 아니라 2년간 평대리에서 거주하며 지역 청년회 활동했고 1년 전 지금의 가게를 열었다”며 “여러 곳에서 가게 이전 제의를 받았지만 주민들과 유대를 쌓은 평대리에서 가급적 영업을 재개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