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심문에서 엘리엇측은 합병 비율 및 시점 등을 문제 삼으며 합병을 무효화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삼성물산측은 현행법에 따른 정당한 합병으로 이를 철회할 이유가 없다며 반박하며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 엘리엇 “주식 자산 배당”…단기이익 극대화
엘리엇은 이날 심리에서 스스로 법적 용어가 아니라면서도 ‘오너 일가’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이번 합병이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작업의 일환임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일체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도식적으로 합병을 결정했다.”, “문외한이라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법리 싸움보다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여론전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은 1대 0.35가 아니라 1대 1.16으로 평가됐으며 회사의 가치를 반영한 적정 주가는 삼성물산은 10만597~11만4134원, 제일모직은 6만3353~6만9942원이라고 주장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측은 “엘리엇측이 한번도 실현된 적 없는 비현실적 주가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평가 기준 역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엘리엇으로부터 두 회사의 기업가치 감정을 의뢰받은 한영회계법인측은 보고서 무단 사용에 대해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한 인수·합병(M&A) 전문변호사는 “엘리엇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라 여론전을 시도하며 다음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엘리엇측이 삼성물산에 주식 자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당할 것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삼성물산측은 엘리엇측이 주주제안서를 통해 이같은 요구를 한 사실을 밝히면서 “주식 배당을 찾아가서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의 장기성장보다는 시세차익에 집착하는 헤지펀드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합병 무효 소송” 강력 시사…장기화 의도
엘리엇측은 이번 이슈를 장기화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특히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엘리엇 측은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되면) 합병 무효 소송의 원인이 된다. 이 소송은 무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이라도 중단시켜 더 큰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삼성물산측은 이번 합병이 현행법의 규정과 각종 판례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합병가액은 주가에 의해 산정토록 한 자본시장법을 준수한 것이며 주가는 시장참여자들의 평가가 종합된 가장 객관적인 가치라는 점도 부각했다.
삼성물산측은 “합병비율에 관한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합병을 무효로 한다. 허위자료에 의하거나 터무니없는 예상수치에 근거한 경우만 해당된다”면서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의 3분의 1 미만인 경우도 대법원 판례는 합병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햇다.
이번 가처분 신청 관련 재판부는 주주총회소집통지 공고 직전인 다음달 1일까지 심리에 대한 결론을 낼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엘리엇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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