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21일 새벽이다. 국무총리실은 0시52분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사실을 알렸다.
20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총리는 사퇴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국정 2인자로서의 직무를 수행했다.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오후였다. 이 총리가 23일 열릴 예정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식에 불참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케 했다.
다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총리가 박 대통령 귀국 전에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들도 이 총리가 21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총리가 20일 오후 5시께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면서 총리실 분위기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 총리가 마음을 정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일 자정을 전후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격적이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밤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뜻밖이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리가 자정을 전후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방문 중인 페루 리마는 한국시간보다 14시간이 늦다. 한국시간 자정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다. 박 대통령이 오전 일정을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사의를 표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하는 시점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 부총리가 귀국할 때까지 사의 표명을 미뤘다는 얘기다. 최 부총리는 21일 오전 이 총리를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기자들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도 내놓는다. 신빙성은 낮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있었던 언론사 외압 발언에서부터 최근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공격해온 기자들이 대응할 수 없는 자정 전후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모든 조간신문은 이 총리의 사의표명 기사를 지면에 싣지 못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