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현대중공업이 기대치를 뛰어넘는 4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호실적’을 낸 것은 맞지만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힘들다는 평가다.
13일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13조84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5% 줄었다고 전날(12일) 잠정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4.4% 완화된 223억원로 나타났다.
지난해(2014년) 매출액은 52조5824억원, 영업손실은 3조2495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시장이 대규모 적자를 우려했던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성적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개 증권사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4분기 15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현대오일뱅크)가 136억원 흑자였고 조선에서도 현대미포조선이 흑자로 전환했고 본사(현대중공업)도 소폭 흑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해양사업부에서도 2억달러의 체인지 오더가 실적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은 지난 3분기 최악의 어닝쇼크 이후 적자폭을 줄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주력부문인 조선과 해양사업부의 실적이 개선된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구조조정 노력 역시 조기 경영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수주 측면에서도 VLCC와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의 발주가 양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양형모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장비의 손실이 867억원에 달했는데 매출채권이나 대손충당금이 컸다”며 “플랜트공사는 안정화되고 있어 향후 대형 적자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황을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이 힘을 얻는다. 상선 마진이 아직 불안한데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잔고 감소기에는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불확실성은 조금씩 걷히고 있지만 노조문제나 수주시황은 여전히 불안하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의 밸류에이션과 적자폭 축소가 단기 반등을 가지고 올 수 있겠지만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디게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전날 불거진 통상임금 이슈도 올해 실적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 12일 노조측이 제기한 상여금 800%가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여부를 가리는 소송에서 노조가 사실상 승리했다. 물론 1심에 불과한데다 회사측이 항소를 할 가능성이 높아 충당금 설정 이슈는 당장 발생하지 않겠지만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호실적과 상관없이 주가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주가가 저점 대비 30% 상승하며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통화정책과 유가 바닥론과 함께 실적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상승했다”며 “횡보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