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이면서도 확신에 찬 질문에 브레머 회장은 “마치 기정사실을 말하려는 듯한 그의 목소리와 그가 내세운 가정이 너무나 허황돼 그만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고 털어놓는다. 다행히 웃음은 참았지만 속내는 씁쓸했다. 허야페이가 전제한 ‘자유시장경제의 실패’는 전혀 근거 없는 확신이 아니었던 탓이다.
미국은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며 불거진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힙했다. 신임 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는 정부의 개입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미국 의회는 789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을 실시했다. 자유시장 자본주의 원칙에 따르면 부실기업은 망하는 게 맞다. 그 원칙을 어긴 셈이었다. 이 부분이 바로 국가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중국의 관료가 ‘자유시장 경제의 실패’를 자신 있게 거론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브레머 회장은 결국 “은행들이 스스로를 규제하는 데 실패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계속 경제를 통제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고 답한 뒤 돌아왔다. 이어 왜 정부가 계속 통제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자유시장이 이미 실패했고 정부가 국가경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 중국 관료들의 조소를 반박하기 위해서다.
원제는 `자유시장의 끝(The End of the Free Market)`이다. 그러나 속내는 국가자본주의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수호자인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우위를 점해야 하는지를 역설한다. 그과정에서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미래를 낙관한다.
결국 궁금해지는 것은 국가자본주의가 자유주의 자본주의를 끝내 넘어서지 못하리라고 확신하는 근거다. 이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국가자본주의는 정치적 통제력을 유지하고 정부의 힘을 키우는 데 있었다. 따라서 국가자본주의자들은 국민의
번영과 정권의 안위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언제든지 후자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국가자본주의의 양대 축인 러시아와 중국의 불화도 있다. “세계 최고의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와 세계 최고의 신흥시장인 중국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지 않는 한 국가자본주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큰 위협이 되지 못 한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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