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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 표창원(58)이 생애 첫 소설을 쓴 이유다. 압력과 청탁, 부조리가 난무하던 1990년대 초. 경찰 수사 현장에서 분노와 자괴감에 휩싸여 품속 사직서를 넣고 다니면서 공상해왔던 씨앗이 소설로 발아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데뷔작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앤드)는 추리 장편 소설이다. 책은 연말 분위기에 들뜬 도심 한복판에서 절단된 남성 신체 일부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벌어지는 이 흉측한 사건을 언론은 ‘카스트라토 사건’으로 명명하고 연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사이 인왕서 강력5팀장이자 프로파일러 ‘이맥’이 사건 해결에 투입돼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책 제목 ‘카스트라토’는 라틴어 ‘거세하다’(castrare)에서 유래됐으며, 고음역대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변성기 전 거세한 가수들을 가리킨다.
작품은 돈과 권력을 좇아 양심과 정의 등 인간의 본성을 저버린 현대 대한민국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적 복수와 정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화두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고민을 건넨다. 작가 경험에서 나오는 실감 나는 묘사와 치밀한 수사 과정은 추리범죄 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그는 어린 시절 셜록 홈스와 슈퍼맨, 마징가 Z, 마루치 아라치에 영향을 받아 약자를 돕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표창원은 중단과 엎기를 반복하며 무려 10년 간 이 추리소설을 완성했다. 그는 지난 1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10년 전인 2014년부터 쓴 끝에 완성한 소설”이라며 “논문은 써봤지만 소설은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들을 창작해 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두 아이를 임신, 출산하는 그 과정을 지켜봤지만 솔직히 그 느낌이 어떤지 잘 몰랐는데 이번에 탈고를 하고 완결편이 나오자 그 뿌듯함을 느껴 ‘혹시 (출산도) 이런 느낌이 아닐까’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가끔 상대방 소리가 말도 안 될 때 ‘소설 쓰고 있네’ 하지 않는가, 언젠가 소설가협회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었다”고 지적하며 “소설가가 되다 보니까 그런 얘기 정치권에서 하면 화날 것 같다. 그 표현은 삼가 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범죄분석 전문가인 표창원은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엑시터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찰청 제도개선기획단 연구관, 경찰대학 교수, 아시아 경찰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입 인재 1호였으며, 2016년 20대 총선에서 경기 용인시정에 출마해 51.40%의 득표율로 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민주당 의원을 지낸 뒤 ‘자연인’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을 2022년 9월까지 진행했다. 지난해엔 한림대 융합과학수사학과의 특임교수에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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