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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대표는 지난 4월 13일 크리스탈지노믹스의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창업 후 회사를 23년간 이끌어왔던 조 전 대표가 회사에서 퇴임한 뒤 1개월 만에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58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는 지난 2일 주금 납입 후 22.02%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새 최대주주 변경 이후 뉴레이크인바이츠는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유전체 데이터 기반 신약개발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퇴임 당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던 조 전 대표는 최근 다시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2개월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소액주주들은 부실경영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해당 주총은 사내이사 7명을 전원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에는 조 전 대표가 사내이사 후보로 올라있다. 추천 이유로는 “전임 임원으로서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회사 운영에 필요한 업무 역량이 탁월해 회사의 성장기반 구축,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조 전 대표의 복귀에는 지난 4일 새 최대주주로 등극한 ‘뉴레이크인바이츠’의 입김도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인바이츠 생태계로 편입되면서 파이프라인이 기존 8개에서 4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파이프라인 추가 과정에서 신약 가치를 평가하고 선별할 만한 적임자로 조 전 대표가 낙점됐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측은 조 전 대표가 복귀한다면 자문 역할을 소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 전 대표의 복귀에는 잡음도 뒤따르고 있다. 2020년 9월부터 2대 주주(당시 지분율 5.32%)에 오르면서 조 전 대표의 우군 역할을 맡았던 금호HT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주총의 해임안에는 금호HT 측 인사인 △조경숙 화일약품 대표 △정기도 엔에스엠 사내이사 △양동석 네오팩트 이사 등도 포함됐다. 소액주주 측은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이 같은 해임을 요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초 금호HT 측 이사들은 오는 30일 조 전 대표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의 잔금(224억원)을 수령하면 사임할 예정이었다.
앞서 금호HT는 지난 3월 조 전 대표에게 크리스탈지노믹스 보유 지분을 전부 280억원에 넘기겠다는 SPA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 전 대표는 2020년 7월 금호에이치티(금호HT)에 보통주 120만주를 넘기면서 이사회 내 이사 40% 선임권을 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HT로서는 잔금 수령 전에 이사들이 해임될 경우 경영권 침해는 물론,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된다. 추후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있는 셈이다.
새 최대주주인 뉴레이크인바이츠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뉴레이크인바이츠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시주총까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결국 임시주총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조중명 전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약력
△1969년~1973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동물학과, 학사
△1973년~1975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원 동물학과, 석사
△1977년~1981년 미국 휴스턴대학교(University of Houston) 생화학과, 이학박사
△1974년~1977년 한국원자력연구소 분자생물학연구실 연구원
△1981년~1984년 미국 베일러의과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 연구원
△1984년~1994년 미국 럭키바이오텍(Lucky Biotech Corp./Chiron), 선임·책임·소장, 이사·상무이사
△1994년~1996년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 소장(상무)
△1996년~2000년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 소장, 전무로 승진
△2000년 8월~2023년 4월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