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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간 편의점 주류자판기 논란…"또다른 범죄에 악용될 뿐"

유현욱 기자I 2021.06.16 08:55:58

"야간 편의점 매출 증대에 도움" 긍정론에도
"스마트폰 앱 인증 구멍 뚫릴 것" 부정론 확산
이달 말 GS25 업계 최초로 도입 강행할까 촉각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무인 주류 자판기는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뿐입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이달 말부터 일부 야간 무인 매장에서 주류 자동판매기를 시험 운영한다고 밝히자마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 올라왔다.

GS25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무인 주류 자판기. (사진=GS리테일)
글쓴이는 지난 7일 “편의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니는 곳이고 특히 청소년이 방과 후 거리낌 없이 다니는 곳인데 무인 주류 자판기를 설치·운영한다면 부모 주민등록증 등을 악용한 청소년의 주류 구매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로 가까운 일본에서도 담배 자판기가 이런 문제점 때문에 철수됐다”면서 “만약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본인인증 방식이라면 부모나 지인 명의로 개통된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주류 무인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GS25가 도입하는 페이즈커뮤의 주류 자판기는 모바일 앱(PASS)을 통해 성인 인증을 한 후 발급되는 QR(격자무늬) 코드를 자판기 스캐너에 인식시키는 방식이다.

주류 자판기를 놓고 부정론만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하이브리드(유·무인 복합) 점포는 담배 판매 분리 셔터, 주류 판매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등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밤마다 성인 고객은 유인 편의점을 찾아다녀야 하고, 무인 편의점은 고객을 돌려보내야 해 양측 모두 불만이 쌓이고 있다.

특히 맥주, 소주 등 주류 판매는 야간 편의점 매출의 효자 노릇을 해 점주들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낮에는 유인으로,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던 점포의 경우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 반기는 이유다.

찬반양론이 비등한 가운데 GS25가 페이즈커뮤와 손잡고 이달 말 주류 자판기 도입을 강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도시공유플랫폼이 지난달 4일 경기 성남시 고등동 현대지식산업센터에 스마트 점포 ‘아이스 Go24’(AISS Go24)를 오픈한 바 있지만, 업계에서는 GS25-페이즈커뮤 협업 모델을 실질적인 첫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GS25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편의점 최초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직영점을 넘어) 가맹점 확산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시험 운영 계획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GS25은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가 1만4688개로 해마다 편의점 업계에서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와 1·2위를 앞다투는 키플레이어다.

한편 아이스 Go24의 경우 술·담배는 첫 구매 시 구매자의 얼굴을 스캔한 후 광대뼈 등 개인의 특징을 암호로 변환해 저장하고, 휴대전화로 성인 인증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재구매 시엔 휴대전화 뒷자리와 얼굴 인식만으로 간편하게 살 수 있게 했다.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 점포 8곳에서 담배 자판기를 운영 중인 세븐일레븐도 핸드페이(손 정맥 결제 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GS25 역시 “실시간 QR로 차용 또는 도용의 위협을 방지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추가적으로 생체 인식 방식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생체 데이터는 가장 개인적인 정보로 이를 과도하게 활용·축적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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