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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월가브리핑]美증시 '바이든 랠리'에도…조정론 끊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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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1.02.08 07:29:06

2100조원 메가톤급 바이든 부양책 임박
재정·백신 기대감에 미 증시 신고점 경신
유가와 국채금리, 코로나 이전 수준 급등
"경기 반등"…월가, 리플레 트레이드 베팅
적자국채 확대 우려…일각서 단기 약세론
베테랑 투자자 크라우스 "10~15% 조정"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5일 아침 8시30분(현지시간). 기자는 미국 노동부가 내놓는 올해 1월 고용 지표를 평소보다 주의 깊게 들여다 봤습니다. 월가 대다수 인사들이 그랬을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주 게임스톱(게임스탑·GME) 사태는 소강 국면이었습니다. 주당 100달러 이하로 빠지며 시선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그 대신 눈에 들어온 게 펀더멘털이지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백신이고 또 하나는 고용입니다. 노동유연성이 높은, 다시 말해 해고와 고용이 빠르게 이뤄지고 이직이 자연스러운 미국에서 일자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일자리를 통해 미국 실물경제를 가늠할 수 있지요.

최근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노동부가 내놓은 지지난주(24~3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7만9000건으로 전주(81만2000건) 대비 3만3000건 감소했습니다. 새 실직자가 줄었다는 뜻입니다. 블룸버그 전망치(83만건)를 큰 폭 밑돌았습니다. 최근 나온 ADP 전미고용보고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1월 민간 고용은 17만4000명 증가하며 시장 전망을 웃돌았습니다. 월가는 올해 증시 강세론이 우위인데요. 중요한 전제는 미국 경제의 빠른 반등인데, 그 핵심은 노동시장 회복입니다. 그간 받은 정부 보조금에다 임금까지 더해지면 팬데믹 때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한다는 겁니다. 시장 인사들은 게임스톱발(發) 변동성이 완화하며 찾아온 증시 강세를 ‘편안하게’ 맞고자 1월 고용 호조를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비(非)농업 전체 취업자 수는 4만9000명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블룸버그 전망치(10만5000명 증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호텔, 주점, 식당 등 레저·접객업의 일자리는 6만1000명 감소했고요. 운송·창고업(2만8000명 감소), 교육·의료업(7000명 감소) 등 모두 부진했습니다. 민간 고용은 겨우 6000명 늘었습니다. 정부가 4만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지 않았다면, 고용 지표는 더 안 좋았을 겁니다. 블룸버그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1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추이. (사진=구글 캡처)


재정 부양·백신 확대 기대감↑

그러나 이례적으로 증시는 출발부터 올랐고요. 결국 상승 마감했습니다. 지난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3.89%, 4.65%, 6.01%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오름 폭입니다.

이런 반응은 요즘 증시 상승 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월가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증시 버블론과 1분기 단기 조정론이 나왔는데요. 이마저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월 고용 지표를 두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이번 지표가 재정부양책 합의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했습니다. 현재 여야는 코로나19 추가 부양책 규모를 두고 입장차가 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했던 것처럼 1조9000억달러(약 2135조원) 메가톤급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고용 지표가 나온 5일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신고점을 갈아치운 건 나빠진 실물경제 대신 이로 인한 추가 재정 기대를 반영한 겁니다.

강한 투자심리가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레저·접객업의 일자리는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일시에 53만6000명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1월 감소 폭은 크게 줄었고요. 게다가 골드만삭스는 “여가 부문 노동자들은 대부분 복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동유연성이 높은 미국이니 가능한 일이겠지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고용 부진은) 추가 부양책 처리를 감안하면 이미 ‘올드 뉴스(old news·지나가 버린 일)’”라고도 했습니다. 특히 월가가 주시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백신 상황이 고무적입니다. 백신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을 가장 빠르게 진행하는 나라인데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각료회의에서 “백신 접종이 고령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고 중증 환자 수를 줄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어느덧 60달러 육박한 국제유가

랠리는 전방위적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급등하는 국제유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주 8.91%(배럴당 52.20달러→56.85달러)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1월21일(배럴당 58.34달러) 이후 최고치입니다. 브렌트유(59.34달러)와 두바이유(58.94달러)는 60달러가 목전입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인데, 지금 분위기라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169%까지 올랐습니다. 지난해 3월 중순 이후 가장 높습니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국채 2년물 금리가 0.11~0.12% 수준에서 통제되고 있고 3개월물 금리는 0.05% 안팎에서 움직이는 와중이어서 장단기 금리 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산시장 전체가 백신 기대감에 바이든표 부양책까지 엮어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에 베팅하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지요.

당연히 금융주 같은 경기민감주는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최고글로벌주식전략가는 “전례가 없는 초완화적인 재정·통화정책은 추후 몇 달간 강세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채권보다 주식 투자를 권했습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면 성장주에서 경기민감주로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시장의 10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미국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은 현재 2.21%까지 치솟았습니다.

시장의 10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미국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의 최근 5년 추이. (출처=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제공)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간 장단기 금리차의 최근 5년 추이. (출처=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제공)


강세론 못지 않은 약세론 목소리

하지만 강세론 못지 않게 약세론 목소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지금 강세장은 기대, 다시 말해 펀더멘털보다 심리(sentiment)에 의존한 경향이 강합니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인 피터 크라우스는 최근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는 “시장에 버블의 징후가 보인다”며 “10~15% 하락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지적한 건 강세장의 재료인 바이든표 부양책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강력한 재정정책을 펼 것이라는 점은 대선 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었던 사실입니다. 크라우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정 부양 기대감은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역시 “통 크게 행동하자”고 수시로 강조했고요. 크라우스의 분석대로 이미 가격에 반영된 부양책을 재료로 S&P 지수가 3900선에 육박했다면, 추가 조정은 올 수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일 수 있습니다.

더 관심이 모아지는 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재차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요인은 여럿입니다. 기자는 그 중 메가톤급 재정정책은 적자국채 발행 확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시장을 가장 자극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마따나 출구 논의는 아직 이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든 돈을 묻어놓기만 하면 오르는 지금 같은 리플레이션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를 해칠 수 있는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가는 건 순식간일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 중반대까지 빠르게 오를 경우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옐런 장관은 7일 CNN과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그는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완전고용으로 돌아설 수 있다”며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고 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우리가 고려해야 할 위험”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한다면 대처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옐런 장관의 확신은 머지않아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주 부양책은 의회 문턱 넘을까

이번주 뉴욕 증시가 주목할 재료는 단연 부양책입니다. 지난주 상원과 하원은 예산결의안을 가결했습니다. 의회에서 과반의 동의만 획득하면 되는 예산조정권을 사용해 부양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공화당의 동의 없이도 대규모 부양책을 도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2주 내 법안 처리를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주부터 현금 지급 대상의 규정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부양책과 관련한 하나하나가 시장은 흔들 만한 뉴스가 될 겁니다. 당분간은 위험투자 심리를 지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역시 체크해야 합니다. 현재 금리와 유가 레벨은 경제 회복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는데, 추가로 더 오른다면 자산시장 전반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파월 의장은 오는 10일 뉴욕비즈니스클럽의 온라인 세미나에서 강연을 합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발언에서 시장을 달래려 안간힘을 썼음에도 양적완화 규모 확대 같은 추가 부양책까지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걸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번에는 어떤 말을 할 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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