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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한식 조리·연구 외길만을 걸어온 ‘한식 대모(大母)’ 조희숙(60) 셰프는 “‘음식은 예술이고 과학’이라고 하면서 어떤 틀에 가둬놓고 ‘맞다 틀리다’를 논하는 것은 한식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에서 뉴(New) 스타(★)를 받은 조 셰프를 지난 24일 서울 종로 원서동 소재 한식당 ‘한식공간’에서 만났다. 조 셰프는 ‘끊임없는 메뉴 개발과 연구로 한식을 시대 흐름에 맞게 재해석해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셰프’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 셰프는 ‘셰프들의 셰프’로 불릴 만큼 한식에 대한 조예가 깊다. 한식을 변형하고 재해석 하면서 한식의 예술화를 이끌었다. 그는 “‘한식은 왜 서양식보다 가치가 덜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까. 어떻게 해야 한식에 대한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늘 고민했고 문제 의식을 갖고 살아왔다”며 “채 썰어 왔던 재료를 다른 형태로 바꿔 음식을 만들어보고 그렇게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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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조리사가 그렇듯 접시 닦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조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았고 대중의 관심도 없었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했던 그런 시대였다.
조 셰프는 “셰프라는 직업이 지금처럼 유명해지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면서 “조리사의 길을 걷기로 선택한 만큼 무조건 남들보다 달라야하고 ‘빨리, 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세종호텔에서 10년을 보낸 뒤 2003년까지 외국 체인 호텔을 포함한 3곳의 특급호텔에서 한식 책임자로 일했다. 이후 후학 양성을 위해 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금의 한식공간(2017년 10월 오픈)에서 7명의 후배 직원들과 한식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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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셰프는 “좋은 재료를 고르는 건 기본이고 독특하면서도 다르게 만들어야 겠다는 고민이 들어가야 한다”며 “완성된 요리를 보고 고객이 감탄하거나 혀로 느끼기 전 음식을 보고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것에서 만족을 드렸을 때 분명 보이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시간은 후학 양성과 한식 연구, 책을 쓰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지난 35년 간의 한식 철학을 담은 ‘나의 한식 이야기’(가제)를 집필 중이다.
조 셰프는 “한식은 일상식이어서 한끼 한끼 만들 때마다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미쉐린 가이드의 별이 퇴색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더 정성껏 한식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