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추석연휴때 친정을 방문한 이씨는 따로 챙겨간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다 크게 혼이 나고 말았다. 친정 어머니가 “좋은 것만 골라 먹어도 부족할 때인데 아무리 무알코올이라도 믿을 수 없다”며 호통을 친 탓이다. 이씨는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고도 건강히 출산했다는 엄마들이 많지만 어머니 말대로 혹시 뱃속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임신 중에는 태아의 건강을 위해 가려야 할 음식이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금기시 되는 게 바로 알코올이다. 이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는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무알코올 맥주와 와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식품 안전성 논란과 함께 무알코올 음료도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무알코올 음료에도 소량의 알코올이 함유된 제품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무알코올 음료의 안정성을 직접적으로 조사한 연구가 없는 만큼 맹신하여 마셔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판 중인 무알코올 음료 중에는 0.05% 내외의 알코올이 함유된 제품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무알코올’ 또는 ‘논 알코올(Non-Alcohol)‘ ‘알코올 프리(Alcohol-Free)’ ’0도’ 등을 앞세워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도수 1% 미만의 제품은 술이 아닌 음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김석산 원장은 “임신 초기일수록 소량의 알코올이라도 훨씬 위험이 크다”며 “매일 성장해가는 태아에게는 무알코올 음료에 포함된 알코올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코올은 뱃속의 아기뿐만 아니라 그 자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신 중 음주가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신체적 기형뿐만 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fetal alcohol syndrome)에 있다. 또한 출산 후 외형적으로 정상적이라 해도 아이가 성장하면서 서서히 주의력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 충동조절장애 등을 유발하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 외의 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FASD·fetal alcohol spectrum disorder)가 나타날 수도 있다.
김석산 원장은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밖에도 적은 양이라도 임신 중 술을 마시면 태아의 윤곽 생성에 영향을 미쳐 얼굴 형태가 바뀔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한두 잔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이 태아의 일생과 후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임신 중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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