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사드(THAAD·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관련해 중국인의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 중단이 이어지면서 국내 공연계도 피해를 입었다.
한국 대표 비언어극 넌버벌 퍼포먼스의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난타, 점프, 비밥 등의 공연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인 취향을 저격해 특수를 봤다는 것도 예전 얘기다.
객석을 채운 관객의 반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면 최근엔 일본, 동남아, 구미주 관광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나마 사드와 직접 접점이 없는 중국 현지 내 전용 공연장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던 제주도와 서울 명동·충정로·홍대 3곳에 상설공연장을 마련한 ‘난타’는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 첫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제작사 PMC프로덕션은 국내 전용관 4곳 중 중국 단체 관광객 위주로 운영해온 충정로 극장을 오는 4월부터 2∼3개월간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PMC프로덕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 중국 단체 관람객이 최근 한국관광 금지령 이후 0명 수준까지 줄었다. 상황을 지켜보며 폐쇄 여부까지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주년을 맞아 오는 17일 제주 한라산 근처에 문을 열 예정이었던 호텔난타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호텔난타제주는 659석의 공연장과 204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PMC프로덕션 측은 “서울 시내 공연장은 중국인 외에 다른 해외 관광객이 찾고 있는 반면 제주 공연은 타격이 클 것 같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확 준 것이 피부로 와닿는 상황이다. 고전이 예상된다”며 “중국 이외에 한국을 많이 찾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1997년 10월 10일 초연한 난타는 한국 전통가락인 사물놀이 장단을 바탕으로 한 국내 첫 비언어극이다. 3명의 요리사와 1명의 지배인이 전통혼례음식을 1시간만에 뚝딱 준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2014년 기준 초연 17년만에 국내 공연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 전용관 4곳 외에 중국 광저우, 태국 방콕 등에 전용관을 운영 중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보다 FIT(개인 관광객)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 온 ‘점프’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점프 측은 “이번 사태로 위축이 우려된다. 최근 방문율이 늘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 등 다양한 국가의 모객 구조로 재편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공연한 미술 넌버벌 퍼포먼스 ‘오리지널 드로잉쇼’는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 내 전용관을 잠정 휴관했다. 재개관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명보아트홀 내 전용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여 온 타악 퍼포먼스 ‘드럼캣’도 2월 말로 계약을 만료하고 공연을 종료한 상태다.
공연계는 그동안 중국 관객 의존도가 높았던 공연관광 시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체질 개선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화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 쇼케이스를 취소했던 뮤지컬 ‘리틀잭’의 제작사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쇼케이스 무산 뒤 중국배우들이 공연하는 라이선스 버전으로 방향을 틀어 올 하반기 개막 목표로 아직까지 피해는 없다”면서도 “장기화할 경우 중국 해외시장을 노렸던 공연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