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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부장] “네 소원은 무엇이냐.” 끝내 대답을 만들지 못하고 도착한 곳은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 한반도를 깨우는 첫 해가 여기서 시작한다. 무엇을 놓지 못해 이름까지 그리 ‘간절’한가. 일렁이고 꿈틀대고 흔들리다가 벌건 몸뚱이 하나로 솟아오를 그 해를 놓지 못한 것인가.
누구도 시키진 않았다. 산 같은 너울을 맞고 처절히 부서지라고, 부서져 붉은 기운 다 빼고 깨져버리라고, 깨져서 남김없이 흩어지고, 흩어져 어제와 오늘을 가르라고. 어찌 그처럼 우리의 지난 시간을 닮았는지. 희망이라 불렀는데 세상은 절망 한 움큼 던져놓고 저만치 달아났다. 그래도 희망과 절망의 그 절박한 줄타기에서 용케들 살아남지 않았나.
사연이 쌓이고 쌓일 때쯤 해와 바다가 뒤엉킨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파도가 거셀수록 빛은 찬란하다. 더 깎일 게 있나. 더 갈라질 게 있겠나.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될 것을. 뒤돌아보지 말자. 저 해는 우리를 따라오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