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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에 무대 오른 中고전 '조씨고아' 2편

김미경 기자I 2015.11.08 11:46:28

중국 4대 비극의 새로운 재해석
-각색의 귀재 고선웅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정영 역 '하성광' 연기 뛰어나
오는 22일 명동예술극장 무대 올라
-황준형의 무협활극 '조씨고아'
중국시장 겨냥...재미와 볼거리 가득
13~2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필요하다면 복수는 해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후련해지는 것은 아니다”(고선웅 연출). 중국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조씨고아(趙氏孤兒)’가 오늘날의 시선으로 각색돼 무대에 오른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두 편의 연극이 함께 선을 보이게 됐다.

우선 먼저 개막한 작품은 국립극단의 가을마당 네 번째 작품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오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이다. 국립극단과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고선웅 연출은 연극 ‘칼로막베스’ ‘홍도’ ‘아리랑’ 등을 통해 고전에 대한 남다른 해석을 보여 왔다.

또 다른 작품은 극단 해보마(해를보는마음의 줄임말)의 이른바 무협활극 ‘조씨고아’다.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극단 해보마가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서 내놓은 래퍼토리다.

‘조씨고아’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 사건을 원나라 때 기군상이 연극적으로 재구성한 중국의 고전이다. 조씨 가문 300명이 멸족되는 재앙 속에서 마지막 핏줄이 살아남아 복수를 결행한다는 이야기를 뼈대로 하고 있다.

고선웅 연출
◇고선웅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과 연출가 고선웅의 첫 만남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서사중심의 연극을 지향하는 국립극단의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연극의 놀이성을 극대화해 비극 속 웃음과 공허를 찾아내는 고선웅 연출의 야심작이다.

공연은 조씨 가문 300명이 멸족되는 재앙 속에서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조삭의 아들 ‘고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식까지 희생하게 되는 비운의 필부 ‘정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 끝에 살아남은 고아 ‘정발’을 자신의 자식이자 도안고의 양자로 키우며, 20년 동안 복수의 씨앗을 길러낸 정영은 마침내 도안고에게 복수를 행한다.

정영 역의 하성광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고선웅은 “자기의 감수성으로 연출의 디렉션을 크게 확대해 잡아가는 멋진 배우다. 1막부터 하이텐션으로 감정의 격랑을 2시간 20분 내내 유지한다”고 칭찬했다.

과연 ‘복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묵자’의 대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힌다.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니 어느새 한바탕의 짧은 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보면 어느새 늙었네. 알아서 잘들 분별하시기를. 이런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배우 장두이, 하성광, 임홍식, 이영석, 호산, 강득종, 김명기, 이형훈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티켓 가격은 2만~5만원. 1644-2003.

연극 ‘조씨고아’의 포스터(사진=극단 해무마).
◇황준형의 무협활극 ‘조씨고아’=
올해 아르코가 주목하는 차세대 젊은 예술가 연출부문에 선정된 황준형 연출이 진두지휘했다. 2011년 적국연극제에서 ‘기나긴 크리스마스의 정찬’으로 입봉했다. 오는 13일 개막하는 ‘조씨고아’는 중국시장을 겨냥해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왕위 찬탈을 위해 조씨 일가 300명이 몰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에는 희생과 신의의 가치를 일깨운다. 무협적 상상력과 다양한 무대언어, 극장을 가득 메우는 영상 등의 연출기법이 특징이다.

앞서 해보마는 대표작 ‘두드려라, 맥베스’를 2016년 아비뇽오프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선보이는 등 2017년에는 아르헨티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속도감 있고,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전달도 될 만한 황준형의 ‘조씨고아’는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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