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사람들이 집 사기를 꺼리고 모기지를 감당하지 못해 살던 집도 팔아 버리면서 맨해튼처럼 유동인구가 늘 많은 지역들은 오히려 임대료(렌트)가 정신없이 뛰고 있다. 집값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지금은 아파트든, 주택이든 사겠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 맨해튼내 대형 부동산중개사인 211웨스트 40스트리트 리얼티의 중개인인 앤젤라 우(43)씨는 이같은 주택 구입수요 증가를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빈 아파트도 별로 없으니, 임대하려면 웃돈까지 줘야할 판이니 어느 정도 여유만 되면 차라리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로는 지난 2분기 임대료가 석 달새 1.2% 올라 근 5년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맨해튼만 놓고 보면 2분기에 임대료는 1년전에 비해 8% 가까이 급등했다.
문제는 임대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물량이 딸리고 있어 임대료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뉴욕의 리서치기관인 REIS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초중반에 8%까지 올랐던 미국의 비어있는 아파트 비율은 지난달말 현재 4.2%까지 하락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 컨설팅업체인 밀러 새무얼의 조너선 밀러 대표는 “가계마다 돈이 부족하니 임대시장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고, 이는 결국 임대시장의 수요만 늘려 수급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조만간 임대료는 지난 2006년의 사상 최고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다보니 시장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앞선 우 중개인은 최근에는 주택 구입 조건을 포함한 조건부 임대계약을 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보통 1년 또는 2년간 임대계약을 하는데, 일단 임대를 준 뒤에 임대기간중 세입자가 원하는 때에 집을 사고 팔도록 사전에 계약하는 것이다. 집을 가진 쪽은 원하는대로 집을 팔아서 좋고, 당장 돈이 없는 세입자는 임대도 구하고 형편이 나아질 때 집을 살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도기적인 현상일 뿐, 조만간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가 올라서기도 하지만, 주택경기 자체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하나둘 나타나면서 집값 상승을 노리는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개인들의 소득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지만, 집값이 하락하면서 가계가 모기지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Housing Affordablity)이 크게 높아졌다. 전미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주택 구매력지수가 180선 후반을 넘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은 집을 사야할 때”라고 외치고 있는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도 “대출금과 이자를 매달 갚아나갈 수 있는 형편이 좋아진 가계들이 서서히 집을 사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주택업계에서는 지난 1987년 31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1993년에 바닥을 친 이래 6년마다 고점과 저점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소위 ‘6년 주기설’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전 고점은 지난 2006년의 23만달러였고, 지금은 15만4600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