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정기자] 본격적으로 자산운용사들 설립 인가가 시작되면서 국내 운용업계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에 자산운용사 설립신청 등을 내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총 12곳이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11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김범석 전 한국투신운용 부회장이 신규설립을 추진중인 더커자산운용을 포함, 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하는 IMM자산운용과 LS자산운용(델타투자자문) 등의 예비허가 안건이 처리될 예정이다.
이들 운용사들은 예비인가를 받게되면 6개월 이내에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법규로 정해진 최소한의 인적·물적 자원을 갖추고 실사를 받아 본인가를 받게되면 공식적으로 국내 운용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게돼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네덜란드계 운용사인 ABN암로도 이달 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자본금 100억원의 종합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한 신청서를 접수했다.
앞서 외국계 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과 얼라이언스번스타인, 라자드 코리아, 메리츠자산운용, MPLUS자산운용(대한부동산신탁), 에셋플러스자산운용(자문사에서 전환) 등이 금융위에서 예비인가를 받았다. 이들은 현재 본인가 신청을 준비중이다.
이처럼 운용사 신규 설립이 늘어나고 자문사들도 속속 운용사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선물회사 등이 나눠 맡던 다양한 업무들이 모두 `금융투자 업무`로 통합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내년 2월4일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 하에서는 관련 회사들은 모두 `금투사`로 분류돼 자본시장통합법 적용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특정 업무만을 맡는 금투사는 지금보다 적은 자본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반면 6개 금융투자영역을 전부 다루는 종합 금투사가 되려면 현재 1000억 원인 자본금의 2배인 2000억 원이 필요하다.
진입이 쉬워지는 만큼 경쟁에서 밀린 회사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퇴출 요건`은 강화됐다. 영업 손실이 발생해 자기자본이 시장진입 당시 자기자본의 70% 이하로 떨어진 뒤 1년 동안 자본 확충을 못한 회사는 퇴출된다.
국내 운용업계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운용사들은 `후발주자`인 만큼 시장경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 전문분야에서 위상을 굳히기 위한 준비작업에 나서고 있다.
김범석 한국운용 전 부회장은 부동산과 실물자산 등에 특화된 전문운용사 설립을 준비중이다. 김 전 부회장은 한국운용 사장 재직시에도 SOC와 부동산, 유전 등 실물펀드에서 노하우를 쌓았다.
더커운용은 부동산관련 펀드들을 운용할 계획으로 부동산 관련 인력 3명, 운용인력 5명 수준에서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28일에 예비인가를 받아 사무소에서 법인 전환을 준비중인 블랙록 자산운용도 국내 주식이나 채권펀드보다 기존에 역외펀드로 판매해오던 금과 마이닝, 천연자원, 에너지 등 펀드들을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역내펀드로 출시해 투자자들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블랙록운용은 5월말쯤 본인가를 신청하고, 이르면 6~8월께 영업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6명의 인력으로 한국 사무소 형태로 출발한 블랙록운용은 국내 운용업 인가를 목표로 현재 26명까지 인력을 확충했고, 향후 35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양성락 블랙록운용 대표는 "국내 주식과 채권은 3년차가 되는 시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라며 "우선은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은 금과 천연자원 등 펀드와 이머징유럽, 중남미, 글로벌자산배분펀드 등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굳히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운용사 대표는 "운용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경쟁 심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국내 운용업계의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때문에 이처럼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곳이 많은 곳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