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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 `휴업`에 부녀회 `집값담합`까지

윤진섭 기자I 2005.06.09 09:33:50

아파트값 상승 백태..`매물난 속 가격 폭등`
뚝섬·용인·분당 등, 부녀회 집값관리 기승

[edaily 윤진섭기자]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집단적으로 임시휴업에 들어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세무당국의 단속을 피해 중개업소들이 집단적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있었지만 아파트 가격 급등에 놀라 자발적으로 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휴업조치까지 단행한 것은 매물은 없는 상태에서 가격 호가만 뛰는 기형적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형적 가격 상승의 이면에는 아파트 단지 내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 인위적인 집값 관리와 집주인들의 호가 상승 경쟁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송파구 중개업소 자율 임시휴업, `매물난 속 사자 수요만 몰려 가격 폭등`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내 전국부동산중개업업협회(전부협) 대한공인중개사협회(대공협 ) 소속 중개업소들은 동별로 나눠 이날부터 5일 간격으로 자율적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송파구 내 문정동, 잠실동, 가락동 등에 위치한 중개업소 중 상당수가 이날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임시휴업을 주도한 대공협 송파구지회 박제순 지회장은 "문을 닫으면 매수세가 유입되지 못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이번 조치로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동 지회별로 나눠 최소 5일, 최장 1주일 정도 임시 휴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내 중개업소들은 이번 임시휴업을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공인 관계자는 "최근의 아파트 거래는 매물은 없는 상태에서 1~2건이 거래되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기형적 거래 형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래는 없고 호가(呼價)만 높아지자 이 일대 중개인들이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시세는 7억원 내외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집주인들이 요구하는 호가는 최고 7억2000만~7억3000만원에 육박해, 사실상 거래 자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비단 이 같은 현상은 송파구 뿐만 아니라 최근 가격이 급등한 성동구 성수동, 경기도 용인, 분당 일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부녀회·집주인 인위적 `집값관리`나서..호가경쟁 부채질 이처럼 호가만 뛰고 거래는 되지 않는 배경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엔 집주인들의 호가 경쟁과 아파트 부녀회의 노골적인 집값 관리 등이 매물 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뚝섬 옛 경마장 부지를 개발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변 노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부녀회와 집주인들의 노골적인 `집값 관리`가 기승을 부리는 대표적인 곳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A 공인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인 동아, 장미 아파트 집주인들이 주변 4~5곳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고 각 중개업소가 부르는 가격을 저울질 하면서 호가를 높이고 있다"며 "집주인들간의 가격 담합을 위한 모임도 수차례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성수동 1가 동아맨션 아파트의 시세는 32평형의 경우 4억8000만~5억원 내외선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 집주인들은 5억2000만~5억3000만원, 심지어 5억4000만원까지 매물 호가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 집주인들의 집값 상향 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시세보다 낮게 판 집주인에 대한 항의 표시는 물론 부녀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입단속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시세보다 1000만원 정도 가량 싼 5억2000만원에 흥정을 마치고 아파트를 구매하기위해 중개업소를 찾은 노모씨(33)씨는 "시세보다 싼 가격에 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집주인들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고 해당 집주인이 팔수 없다고 알려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녀회장이 계약 현장에 직접 나와 집주인에게 5억5000만원까지 받아줄 수 있다며 회유하는 모습을 봤고, 결국 5억4500만원에 계약할 수 밖에 없었다“라며 ”1주일 전에 4억8000만원에 계약을 하려다 못했는데, 그 사이에 5000만원이 오른 것은 가격이 미쳤다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집을 판 매도자와 매수자간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차세대 공인 관계자는 "동아아파트 18평형을 지난달 말에 2억8000만원에 팔고 중도금까지 받은 상황에서, 잔금을 불과 2~3일 앞두고 매도자가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나선 매물이 있다"라며 "호가만 뛰는 상황에서 사실상 중개업자들은 거래도 못하고, 욕만 먹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팀장은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나 뚝섬, 그리고 용인, 분당 일대의 경우 개발이 본격화되면 어떤 식으로든 아파트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주인들이 직접 가격을 관리하거나 매물 거래에 가격이 수 천만원씩 뛰는 다소 기형적인 거래 방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집주인과 매수자간 가격을 둘러싼 호가 경쟁을 부추겨, 아파트 자체에 대한 냉정한 투자 분석을 소홀히 해 가격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불확실한 미래호재가 반영된 호가 중심의 가격에 적잖은 거품이 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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