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6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 총량이 원전 15기, 15GW 수준”이라면서 “기업은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으로 가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송전망을 이용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여느 학자가 산업과 에너지의 지역 단위 완결성이라는 원론 차원에서 한 말이라면 모르겠으나, 관련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기가 막힌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 추진 계획이 처음 발표됐고,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국가산업단지로 확정됐다. 현재 부지가 절반 가까이 확보된 가운데 토지 소유주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고, 송전망을 포함해 전력과 용수 확보를 위한 각종 기반시설 공사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개별 정권을 넘어 추진돼온 중장기적 국가사업에 엉뚱한 주장을 하고 나서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 장관의 발언은 지역 간 갈등과 정쟁을 부추길 소지도 크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논의 초기부터 새만금을 적절한 입지로 주장해 온 전북 지역 정치인들이 김 장관의 발언을 반기며 이전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용인 지역 정치인들은 용인 클러스터에 이미 막대한 정부 예산과 민간 자본이 투입된 단계임을 강조하며 이전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이런 갈등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 패권을 놓고 시간을 다투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에 이 무슨 자해적인 논란이며 정쟁인가. 김 장관의 발언은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김 장관은 그 의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철회할 수 없는 소신이라면 장관직을 내려놓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본인에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그런 게 아니라면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