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묘 vs 세운상가 논란, 정치 공방으로 변질돼선 곤란

논설 위원I 2025.11.12 05:00:00
이른바 ‘종묘 뷰’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 공방으로 번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세운4구역 높이 제한을 기존 71.9m에서 145m로 완화하는 재정비 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이를 두고 김민석 국무총리는 10일 “종묘 코앞에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폐허처럼 방치된 세운상가 일대는 말 그대로 처참한 상황”이라며 “종묘 앞에 도시의 흉물을 두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반박했다.

양쪽 다 일리가 있다. 종묘는 조선의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해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국내 1호다. 유네스코는 등재 후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보편적 가치에 훼손이 우려되면 1단계 경고. 2단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 등재, 3단계 등재 취소 절차를 밟는다. 실제 2009년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계곡 유산, 2021년 영국 리버풀의 해양산업도시 유산이 등재 목록에서 삭제됐다. 둘 다 주변 개발이 영향을 미쳤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6일 국회 답변에서 “(종묘의)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오 시장 말마따나 ‘60년이 다 되도록 판잣집 지붕으로 뒤덮여 폐허처럼 방치된 세운상가’를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7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종묘를 방문했을 때 세운4구역 주민들은 ‘피눈물 누가 닦아주냐’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오 시장은 세운4구역을 고층 개발해도 남산~종묘 녹지축 조성을 통해 오히려 종묘의 가치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종묘 보존을 둘러싼 논란은 건강한 갈등이다. 행여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김 총리는 “국민적 공론의 장을 열어보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도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합리적인 논의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유네스코가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등재 취소 결정권을 가진 유네스코 측의 의견을 먼저 구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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