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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살리기[안종범의 나라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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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06.26 05:00:00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소멸위험지역
저출생·고령화 파고 극복 위한 지방정책 중요
규제개혁 지방에 맡기는 등 지방 분권 절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인구부''도 만들어야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지난해 총선과 올해 대선에 이어 내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세 가지 선거는 우리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새로 출범한 정부와 거대 여당의 국회가 어떤 국정 의제를 갖고 어떻게 선거에 대비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는 현 정부와 국회의 중간평가 역할을 할 것이다.

약 1년 앞둔 지방선거의 화두는 경제살리기 특히 지방살리기다.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우리 국가 전체의 위기 직격탄을 지방이 먼저 맞고 있고 지역 소멸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39세 여성 인구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로 나눈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인데, 2023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의 52%가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한다. 광역단체에서 지방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인 전라남도의 경우 최근 출산율이 전국 최고인 1.13을 기록하면서 저출생의 기조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 희망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남은 소멸위험지수가 2024년 기준 0.329로 가장 위험한 광역단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는 결국 20대 이상 인구가 여러 이유로 지역을 떠나는 현상을 막지 못하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주 관심 속에 열린 제16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행사 중 19일 이데일리-페리 심포지엄에서의 해외석학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 기반 정책 연구로 유명한 미국 어반 인스티튜트(Urban Institute)의 그레고리 액스(Gregory Acs) 부소장은 “한국도 이제 부모보다 더 버는 자녀 비중이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사회적 계층 상승의 통로가 점차 좁아지고 있고 이는 출생률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사회적 계층 상승을 위해선 지역 사회에서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는 조건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정책 사각지대를 찾고 지역 주민과 협력해 맞춤형 해결책을 도출하는 ‘지역별 행동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같은 기관의 트레이시 고든(Tracy Gordon) 부소장도 “지역 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지역 격차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지역별 지원이 아닌 산업별 지원 등을 기준으로 교부금 산정 방식을 현대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거기반 정책 연구기관으로 전통 깊은 미국 MDRC의 신시아 밀러(Cynthia Miller)와 제임스 리치오(James Riccio) 두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고용허가제(EPS)를 개선해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이주하면 직장 변경을 자유롭게 허용하거나 체류 기간을 연장해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과 함께 비전문 취업비자(E9) 소지자의 비자를 지역특화 숙련기능인력 비자(E-7-4R)로 전환하는 ‘비자 전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들은 지난해에 이어 지방소멸을 막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인구 증가를 유도하는 더욱더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인 이민정책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 발표와 토론에서 도출된 공통된 해결 방안은 지금까지 펼쳐온 정부 주도의 정책 대신 지역 특색에 맞춘 지역정책을 펼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기초로 지방 살리기 과제 세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 새 정부가 들어서면 늘 내거는 핵심 정책 어젠다는 규제개혁인데, 이번 정부에서는 이를 좀 더 지방 친화적인 규제개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자치단체별로 규제를 경쟁적으로 혁파하는 노력을 통해 지방으로 기업이 그리고 근로자가 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거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기초단체별로 규제를 평가해 발표했던 ‘전국규제지도’를 부활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국규제지도는 228개 지자체(세종·제주 포함)를 대상으로 기업체감도와 경제활동친화성을 조사해 상호 비교 평가하는 것이었다. 특히 경제활동친화성은 9개 분야 50개 항목에 대해 지자체의 자치법규를 전수조사해 등급을 부여했다. 따라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정부·국회발 규제들과 함께 지방별 규제를 함께 고려해 기업이 느끼는 실질적인 규제 체감도를 비교 평가하고 분석해 규제 개혁의 기초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난해 법안까지 만들었다가 보류한 ‘인구부’를 반드시 출범시켜 인구정책에서의 전반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 인구부는 ‘지방시대위원회’와 밀접히 연계해 인구정책을 마련하고 조정하되 지방별로 경제와 인구 유인의 최적 대안을 만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일본은 어떻게 저출생의 문제를 극복했는지, 그리고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는데 어떤 지역별 차별화 정책을 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젊은 여성 인구 유입, 출산·양육 지원 강화, 일자리 창출 등을 지방별로 어떻게 추진했으며 이때 중앙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역할 분담을 어떻게 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셋째, 늘 구호로만 되새김질하는 지방분권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을 국민 앞에 내놓고 평가해야 한다. 지방분권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재정분권을 위한 지방세 비중 확대는 더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즉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고 지방소득세와 재산세의 과세자율권 확대 나아가 국고보조 사업의 지방이양 확대 등과 같은 그동안 제기된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여기에 그동안 금기시하던 부가가치세율의 조정과 나아가 지방 입법권 확대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방 살리기를 위한 중차대한 과제에 야당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대선 패배에서 속히 벗어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 살리기 정책 경쟁으로 다시 국민, 특히 지역 주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야말로 선거 때마다 성행하는 포퓰리즘과 진영 간 다툼이 아닌 정책 경쟁이 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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