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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관심 속에 열린 제16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행사 중 19일 이데일리-페리 심포지엄에서의 해외석학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 기반 정책 연구로 유명한 미국 어반 인스티튜트(Urban Institute)의 그레고리 액스(Gregory Acs) 부소장은 “한국도 이제 부모보다 더 버는 자녀 비중이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사회적 계층 상승의 통로가 점차 좁아지고 있고 이는 출생률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사회적 계층 상승을 위해선 지역 사회에서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는 조건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정책 사각지대를 찾고 지역 주민과 협력해 맞춤형 해결책을 도출하는 ‘지역별 행동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같은 기관의 트레이시 고든(Tracy Gordon) 부소장도 “지역 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지역 격차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지역별 지원이 아닌 산업별 지원 등을 기준으로 교부금 산정 방식을 현대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거기반 정책 연구기관으로 전통 깊은 미국 MDRC의 신시아 밀러(Cynthia Miller)와 제임스 리치오(James Riccio) 두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고용허가제(EPS)를 개선해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이주하면 직장 변경을 자유롭게 허용하거나 체류 기간을 연장해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과 함께 비전문 취업비자(E9) 소지자의 비자를 지역특화 숙련기능인력 비자(E-7-4R)로 전환하는 ‘비자 전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들은 지난해에 이어 지방소멸을 막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인구 증가를 유도하는 더욱더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인 이민정책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 발표와 토론에서 도출된 공통된 해결 방안은 지금까지 펼쳐온 정부 주도의 정책 대신 지역 특색에 맞춘 지역정책을 펼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기초로 지방 살리기 과제 세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 새 정부가 들어서면 늘 내거는 핵심 정책 어젠다는 규제개혁인데, 이번 정부에서는 이를 좀 더 지방 친화적인 규제개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자치단체별로 규제를 경쟁적으로 혁파하는 노력을 통해 지방으로 기업이 그리고 근로자가 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거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기초단체별로 규제를 평가해 발표했던 ‘전국규제지도’를 부활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국규제지도는 228개 지자체(세종·제주 포함)를 대상으로 기업체감도와 경제활동친화성을 조사해 상호 비교 평가하는 것이었다. 특히 경제활동친화성은 9개 분야 50개 항목에 대해 지자체의 자치법규를 전수조사해 등급을 부여했다. 따라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정부·국회발 규제들과 함께 지방별 규제를 함께 고려해 기업이 느끼는 실질적인 규제 체감도를 비교 평가하고 분석해 규제 개혁의 기초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난해 법안까지 만들었다가 보류한 ‘인구부’를 반드시 출범시켜 인구정책에서의 전반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 인구부는 ‘지방시대위원회’와 밀접히 연계해 인구정책을 마련하고 조정하되 지방별로 경제와 인구 유인의 최적 대안을 만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일본은 어떻게 저출생의 문제를 극복했는지, 그리고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는데 어떤 지역별 차별화 정책을 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젊은 여성 인구 유입, 출산·양육 지원 강화, 일자리 창출 등을 지방별로 어떻게 추진했으며 이때 중앙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역할 분담을 어떻게 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셋째, 늘 구호로만 되새김질하는 지방분권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을 국민 앞에 내놓고 평가해야 한다. 지방분권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재정분권을 위한 지방세 비중 확대는 더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즉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고 지방소득세와 재산세의 과세자율권 확대 나아가 국고보조 사업의 지방이양 확대 등과 같은 그동안 제기된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여기에 그동안 금기시하던 부가가치세율의 조정과 나아가 지방 입법권 확대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방 살리기를 위한 중차대한 과제에 야당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대선 패배에서 속히 벗어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 살리기 정책 경쟁으로 다시 국민, 특히 지역 주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야말로 선거 때마다 성행하는 포퓰리즘과 진영 간 다툼이 아닌 정책 경쟁이 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