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외교수장들 ‘평화 위협’ 러·북 성토, 트럼프도 불똥

이명철 기자I 2024.02.18 14:40:46

뮌헨안보회의, 우크라 침략·나발니 사망 두고 러 비판
젤렌스키, 우크라 지원 반대하는 트럼프에 “직접 와보라”
중동 분쟁 협상 진전 없어, 블링컨 “특별 기회 있을 것”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전세계 외교 수장들이 모인 안보 국제회의에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북한을 성토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두고서도 협상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결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17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단상 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우크라 철수, 미국이 지원하지 않은 탓”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푸틴은 표적이 되는 사람은 원한다면 누구든지 죽인다”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알렉셰이 나발니가 사망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반정부 활동을 벌이던 나발니는 극단주의 활동 등의 혐의로 30년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었으나 지난 16일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연 사망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역사는 푸틴 같은 침략자를 처벌하지 않고 영토 점령하는 것을 허용하면 계속 그렇게 (침략) 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위협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난이 이어졌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용 예산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인스타그램이 아닌 진짜 전쟁이 뭘 의미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키이우에서 직접 전장을 보라고 요청했다.

회의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앞두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탄약과 물자 부족으로 이날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한 것은 의회가 행동하지 않아 초래한 결과”라며 “우크라이나군 재보급을 위해 의회가 추가 안보 예산안을 긴급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적대적인 입장을 보여 러시아 수배자 명단에 오른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해 “침략이 어디선가 성과를 거두면 다른 곳에서도 침략을 유도해 세계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며 “미국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면 결국 더 많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러시아와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를 비판했다.

중동 지역에서 평화 중재자 역할에 힘쓴 중국은 러-우 전쟁과 관련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중국의 최대 이웃 국가로 양국 관계는 ‘동맹을 맺지 않고 대결하지 않으며 제3자를 겨낭하지 않는다’는 기초에서 안정적으로 발전했다”면서 “중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건설적인 일을 많이 했고 세계 안정을 위한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방문한 독일 뮌헨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G7, 러시아 무기 지원한 북한 강력 규탄

중동 분쟁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패널 토론에서 “앞으로 몇 달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특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협상이 곧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최근 며칠간 양상은 정말 전도유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회담을 한 후 올해 G7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타야니 장관 명의로 러시아에 무기를 보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을 강력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에 핵이나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성명은 또 나발니 사망에 분노하며 러시아 당국에 경위를 밝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가자지구와 관련해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분쟁 이후 책임을 다하는 데 필수적인 개혁 추진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