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DIC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 보유지분 36.27%로 1조원 가량의 매각대금을 손에 쥘 경우 두산그룹은 연내 총 약 3조2000억원을 웃도는 자구안을 이행하게 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3조6000억원에 근접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두산건설과 함께 잠재매물로 꼽히는 두산메카텍, 산업차량BG, 두산밥캣, 라데나CC 등을 순조롭게 매각할 경우 두산그룹은 자금상환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 실시한 예비입찰에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KDB인베스트먼트-현대중공업그룹 △GS건설(006360)-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MBK파트너스 △유진기업(023410)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이스트브릿지 등은 본입찰 참여 여부를 최종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는 큰 변수가 없는 한 대부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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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회장이 직접 DIC 인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선 DIC를 인수할 경우 ‘조선-정유-건설 기계’라는 균형 잡힌 삼각 편대(사업부문)를 완성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특히 DIC를 인수할 경우 현대건설기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5%로, 국내 건설기계 시장은 70% 이상을 장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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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가 DIC를 인수할 경우 두산공작기계와의 시너지 창출을 통한 볼트온(Bolt-on; 유사업체와의 인수합병) 전략이 가능한데다 드라이파우더(dry powder; 미집행 약정액)를 소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DIC 중국법인(DICC)의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이행조건 논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FI와 벌이고 있는 소송가액은 7000억원 수준으로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심은 DIC가, 2심은 FI가 승소했으며 마지막 대법원 판결은 이르면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앞서 매각 불발을 우려한 두산그룹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를 떠안겠다고 결정하고 최종 매각이 확정되면 DIC를 본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와 두산밥캣을 지배하는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후 DICC 관련 우발부채는 투자회사에 넘기겠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원매자들은 두산그룹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구속력 있는 요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만큼 우협 선정 이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본입찰 최종 마감 시한까지 적격인수후보들 간 막판 눈치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라며 “작년 말 기준 8404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DIC가 앞으로도 견조한 실적을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는 점에서 일부 원매자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매각가를 써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