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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만들어진 ‘디지털교도소’는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했던 손씨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이 난 후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며 손씨의 사진과 신상정보는 물론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들의 신상도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국민 정서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 분위기와 맞물려 범죄자 신상공개 찬반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사이트 운영자는 각종 언론매체와 인터뷰하며 설립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에 억울하게 신상 공개가 되었다고 주장하던 한 대학생의 안타까운 죽음 등 사이트와 관련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운영자는 돌연 잠적했다. ‘조두순의 신상정보를 올리기 전까지 잡히지 않겠다’던 운영자는 결국 지난 9월 말 베트남에서 검거됐고, 10월 6일 한국으로 송환돼 조사를 받게 됐다. 검거된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는 정체는 무엇이며, 도대체 왜 이런 사이트를 만들었던 것일까.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 ‘박 소장’이라고 밝혔었다. 사이트 운영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여럿 있으며, 철저한 검증을 통해 신상정보를 올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트의 운영진, 운영 방식, 검증 방법 등은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그 비밀을 풀어낼 실마리는 한 사람의 제보였다.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제보자의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은 꽤 조직적이었는데,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수집하는 일꾼, 일꾼들을 관리하는 간부 그리고 디지털교도소 수감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단 등 20~50여 명의 인원이 각각 역할을 나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보자는 박 소장에게 약점이 잡힌 게 있어서 일꾼으로 활동하는 거라며, 다른 조력자들도 무언가 약점이 잡힌 게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뜻이 맞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협박 때문에 디지털교도소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사람들을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일꾼으로 길러내기 위한 ‘교육대’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제작진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사람들과 직접 접촉을 시도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신상박제자’들은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스스로를 ‘텔레그램 자경단’이라 칭하는 단체가 미끼로 만든 ‘지인능욕글’에 낚여, 신상정보가 털렸고, 그것을 빌미로 ‘교육대’의 일원으로 지옥 같은 노예 생활을 했었다는 것. 그리고 교육대 생활을 못 버티고 도망치자, 신상이 박제되었다고 했다.
지인의 사진에 모욕적인 글 또는 이미지를 합성하는 ‘지인능욕’에 관심을 보인 신상박제자들의 행동은 현행법상 위법이다. 하지만 사법제도와 별개로, 텔레그램 자경단은 ‘지인능욕범’으로 지인들에게 신상공개를 하겠다고 협박한다는 것. 또한 그들은 텔레그램 내에 자체 신상공개 채널인 ‘주홍글씨’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인능욕’ 낚시로 신상정보를 얻고 그 약점을 이용해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그들의 방법은 올해 초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텔레그램 ‘N번방’의 성착취 범죄와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신상공개 협박 때문에 교육대에 참여한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인 중고등학생도 많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텔레그램 자경단에 끌려간 사람들이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는 전언.
현재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혐의를 인정하고, 구속된 상태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신상공개를 무기삼아 비인간적인 위법행위를 벌이고 있는 사이버 세상의 무법자들을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