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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레이스] E&M 모터스포츠 김재현의 레이스 다이어리 (3) - 승부는 다시 4라운드부터

김학수 기자I 2017.07.09 09:45:05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모터스포츠 현장의 이야기를 기사가 아닌 선수들의 이야기로 듣는다면 어떨까요? E&M 모터스포츠 소속으로 지난해 인상적인 경기력과 존재감을 뽐내고 2017 시즌 역시 E&M 모터스포츠 소속으로 캐딜락 6000 클래스에 출전하는 김재현 선수가 직접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연 2017 시즌, 김재현 선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본 기사는 녹취를 바탕으로 구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리타이어로 끝난 3라운드

아쉽네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지만 경기 전부터 레이스카의 셋업과 주행에 대한 데이터 축적에 중심을 두는 것으로 결정했죠. 그렇기 때문에 성적을 떠나서 최대한 많은 주행 거리를 달리는 것이 중요했는데 경기 중반도 가지 못하고 리타이어하게 된 것이 참 아쉽다고 말할 수 밖에 없네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용인 스피드웨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주행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는 점이고 또 브레이크 트러블로 인해 리타이어하는 상황에서 차량의 손상을 최소로 줄일 수 있어 4라운드 준비에 큰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죠. 물론 저 역시 상처 없이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도 다행이네요.

좋은 스타트, 그리고 아쉬운 트러블

경기를 복기를 해본다면 좋은 스타트, 정신 없는 주행 그리고 아쉬운 트러블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열 여섯 번째 그리드에서 경기를 시작했는데 스타트가 상당히 빨라 초반에 순위를 끌어 올릴 수 있었죠.

물론 스타트 상황에서 차체가 손상되는 접촉도 있었죠. 다만 패널이 찢긴 것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주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또 순위 경쟁에 불꽃이 튀는 초반 상황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 그리고 오프닝 랩 정도는 아마 그 어떤 레이스라도 이 정도의 접촉이나 경쟁은 당연한 거라 생각합니다.

이후 주행을 할 때에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주행과 완주’에 초점을 맞췄죠. 그래서 어떤 배틀을 하거나 추월 시도보다는 순간순간 상황에 맞는 주행을 하는 것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경기 중에 황진우 감독님과 김의수 감독님이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상황을 활용해 앞으로 추월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다만 그리고 브레이크 트러블이 심해지면서 더 이상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라서 아직 브레이크 트러블의 원인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2~3랩부터 브레이크 압이 제대로 오르지 않는 현상을 느꼈어요. 이에 무전으로 팀에게 문제점을 알리고 이후 브레이크 조작을 신경 쓰며 주행을 하게 되고, 또 브레이크 타이밍을 조금 더 일찍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행 거리가 늘어날수록 점점 브레이크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7랩, 브레이크가 ‘먹통’이 되면서 리타이어를 택하게 되었죠.

차량 손상을 최소로 줄인 리타이어

이번 리타이어는 정말 다행스러운 리타이어였다고 생각해요.

특히 긴 내리막 구간인 용인 스피드웨이 백스트레이트에서 브레이크가 먹통이 되었죠. 백스트레이트를 지나며 브레이크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며 제동을 시도했는데 아무런 제동력이 느껴지지 않고 헛발질을 하는 느낌이 들었죠. 재빨리 다시 제동을 실시했는데도 여전히 먹통이었고, 그나마 브레이크 페달을 100% 밟았을 때 희미한 제동력이 느껴질 정도였죠.

더 이상 주행을 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에 백스트레이트 안전지대에 차를 세우는 것으로 결정하고, 속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 록, 그리고 조향을 통해 차량의 진행 방향을 틀어 차량의 감속 속도를 높였죠. 그리고 스핀하며 안전지대로 밀려나 간신히 차량을 세울 수 있었어요.

정말 다행이라고 한다면 스핀과 함께 안전지대에 진입한 차량이 배리어와 정말 ‘툭’하고 부딪치며 멈췄다는 점이죠. 만약 스핀하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 배리어를 향했다면 차량이 정말 크게 손상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차량 손상을 최소로 줄였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데 득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아픈데도 없구요.

작년의 흐름이 떠오르는 2017 시즌

이렇게 3라운드까지 끝내놓고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시즌 초반과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징크스, 미신 이런걸 따로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지만 정말 작년처럼 가는 것 같아서 하반기에는 좋은 페이스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실제 다음 경기는 영암이고 그 5라운드는 또 나이트 레이스니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네요.

만약 작년과 같은 흐름이라면 다음 경기인 4라운드부터 좋은 성적을 선보이고, 나이트 레이스에서 다시 한 번 제 존재감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레이스를 펼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성적에 아쉬움을 가지기 보다는 다음 경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달라진 헬멧 그리고 여름

개막전부터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경기 외에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올해 헬멧을 새로 바꿨어요.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을 통해 프로에 데뷔한 이후 매년 헬멧을 바꾸면서 ‘새로운 각오’. ‘새로운 시작’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거든요.

지난해에는 아라이 사의 헬멧을 사용했고, 올해는 2015년에 도색 없이 쓰던 스틸로 사의 헬멧을 도색하여 사용하고 있어요. 헬멧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강인한 감성이 느껴지는 것을 바랬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럽네요. 그런데 제 성적이 좋지 않아 많은 분들에게 제 헬멧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 민망하네요.

그리고 점점 여름의 절정을 향하는 것 같아요. 경기가 끝난 지금도 정말 덥고 힘든 건 사실인데 막상 레이스카에 올라 레이스를 하면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사실 드라이버들은 더운 것 자체의 문제 보다는 ‘더위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큰 문제라 무더운 여름이 시즌 행방의 승부처가 되는 경우다 많죠.

다행이 저는 드라이버로서 꾸준한 운동을 해왔고, 또 더운 환경에서 레이스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드라이빙과 레이스 집중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정말 힘들 때에는 지난해 중국 주하이에서 경험했던 그 무더위를 떠올려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지금의 더위는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죠.

하반기, ‘김재현의 존재감 드러낼 것’

지난해 최종전에서 했었던 인터뷰에서 저도 그렇고 또 이정웅 감독님도 올 시즌에 대한 기대를 언급했죠. 그리고 실제 올 시즌 많은 기대를 했어요. 실제 저 역시 ‘스톡카에 대한 적응’이 어느 정도 됐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죠.

하지만 레이싱 팀에게 있어 ‘미케닉’과 ‘팀워크’가 가진 영향력이라는 것은 무척 크죠. 실제로 올 상반기는 ‘팀과 새로운 미케닉들과 함께 하는 것’을 익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성적이 다소 저조한 점은 사실이지만 미케닉들의 기량도 좋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가오는 4라운드는 무척 중요한 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감독님, 팀원들 그리고 저 역시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다음 경기에는 팀과 드라이버, 레이스카 등 모든 요소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라운드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며 하반기 김재현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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