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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가 보유한 여덟개 수출입용 부두 중 맨 끝에 위치한 8번 부두에는 아프리카 가봉에서 출발해 20여일의 항해를 마치고 한국 땅을 찾은 유조선 ‘알미 오딧세이’ 호가 원유를 공급하고 있었다. 또 다른 부두에서는 해외 수출용 석유제품이 대형 선박에 주입되고 있었다. 원유를 빼내 몸이 가벼워진 선박은 수면 위로 더욱 떠올랐고 수출용 제품을 싣는 선박은 수면 아래로 무거워진 몸의 일부를 감췄다.
원유나 석유제품을 싣고 내리는 작업은 파이프의 일종인 로딩암(loading arm)을 통해 이뤄졌다. 부두 끝에 선 6개 로딩암 중 하나가 팔을 뻗듯 원유선 탱크로 파이프를 연결해 원유를 빨아들였다. 이 로딩암 하나가 시간당 1만 5000배럴(시간당 약 2500㎘)의 원유나 석유제품을 싣고 내릴 수 있다. 바다 위에 띄워놓은 2개 부이(BUOY)는 시간당 6만~6만5000배럴을 싣고 내릴 수 있어 로딩암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로 원유를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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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8부두에 정박한 유조선으로부터 수입한 95만 배럴 규모의 원유 외에 쿠웨이트산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이 부두로 들어오기 위해 현재 남해상을 항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유가 기회’ 원유수입량 증가..제품 배합도 활발
수입한 원유나 생산된 석유제품 등은 복잡해 보이는 배관을 타고 이동해 울산 콤플렉스에 보유한 원유저장 지역 내 탱크에 저장된다. 총 34기의 탱크가 2000만 배럴을 보유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가 열흘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원유 저장탱크 중 가장 큰 탱크인 T-322을 직접 올랐다. 탱크 벽면에 나선형으로 나 있는 철제 계단을 오르다가 밑을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거세게 부는 바람 때문에 난간을 꽉 잡아야 했다. 이 탱크는 높이 21.0m, 직경 85.9m에 달해 1.5ℓ 패트병 7950만개에 담을 수 있는 양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서울 장충체육관이 쏙 들어가고도 남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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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원유운영팀 총반장은 “여기에 저장된 원유는 배합을 위해 배관을 타고 배합 탱크로 송유된다. 지금도 원유가 배합탱크로 이동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배관을 가리켰다.
원유는 단일제품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그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기초로 5~6종의 원유를 배합해 가격, 품질 면에서 향상된 제품을 만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 48종에 불과했던 원유종을 현재 50여종으로 늘렸다. 원유별로 황(S), 소금 함유량이 다르고 점성과 색도 다양한데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각종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서방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로 인해 도입가능한 원유는 더욱 다양해졌다.
◇어떤 원유도 고품질 제품으로 탈바꿈..제품 마진↑
원유 일정량은 샘플로 추출돼 원유 분석실로 넘겨진다. 정유공장을 100분의 1로 축소한 기구에 원유를 넣고 가열해 액화석유가스(LPG)부터 벙커C유까지 갖가지 석유제품이 추출되는 온도와 성분 함량들을 데이터화하기 위해서다.
김행철 석유품질관리2팀 선임대리는 “방대한 분석 데이터를 통해 가격은 싸지만 성분이 좋지 않은 원유도 배합·처리를 통해 성능기준을 충족하는 고품질 제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다. 또한 불순물 과다로 인한 공장 가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미리 대처할 수 있다”며 “제품 마진은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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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은 창사 37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2014년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9802억원 중 석유사업에서만 1조2991억원을 창출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65.6%를 석유사업 부문에서 올린 셈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수출 물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이 경유, 항공유, 휘발유 등”이라며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