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그동안 끊임없는 사업구조 변화를 통해 성공 스토리를 이어갔던 대표적인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천공카드 시스템 및 상업용 전자계산기 공급으로 사업을 시작한 IBM은 진공관 컴퓨터, 퍼스널컴퓨터(PC), 메인프레임 등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현재의 IBM에 대한 평가는 ‘한물 간 회사’다. 신기술 개발과 투자를 소홀히 하는 회사로 평가된다. 투자자들은 지난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IBM과 확실한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IBM에 투자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8000명을 감원한 IBM은 올해에도 1만3000명을 추가로 구조조정했다.
물론 IBM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하드웨어 사업 부문을 축소하고 클라우드와 모바일, 인공지능 컴퓨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레노버에 저가 서버(x86서버) 부문을 매각했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서버, 슈퍼컴퓨터 ‘왓슨’ 등 하드웨어 사업의 근간이 되는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도 내다 팔았다. 또 한번 사업구조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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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분야에서도 IBM은 애플과 구글에 크게 뒤쳐져 있다. 이에 따라 IBM은 과거 PC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했던 애플과도 손을 잡았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회사인 SAP,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트위터 등과 잇따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모바일 분야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3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전문가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투자은행 UBS의 스티브 밀루노비치 애널리스트는 “IBM은 회사를 개조해야 한다”면서 “아직도 많은 고통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FBR 캐피털 마켓의 대니얼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도 “시장은 진화하고 있고 IBM은 이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엔덜 그룹의 롭 엔덜 수석애널리스트는 “로메티 회장이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달라진 시장 여건에 적응하는데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메티 IBM 회장 역시 3분기 실적에 대해 “예상치 못한 업계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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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IBM은 ‘왓슨’이라는 슈퍼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04년 이후 현재까지 IBM은 1330억 달러를 인공지능 컴퓨팅에 투자했다. 올해들어서는 왓슨 인지 컴퓨팅 개발과 상용화를 전담하는 ‘IBM 왓슨 그룹’이라는 새로운 사업 조직도 꾸렸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IBM은 인공지능 컴퓨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인간의 좌뇌와 우뇌를 닮은 프로세서까지 개발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IBM은 인지 컴퓨팅 기술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으며, 향후 빅데이터 분석 등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단계가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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