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채용박람회, 단지 보여주기?

김유성 기자I 2011.04.28 08:19:42

매칭률 낮다는 지적에 무용론 대두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올해 63세인 지체(척추)장애 5급 신상훈(가명)씨. 서울의 한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채용박람회에 일자리를 알아보러 왔지만, 씁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신 씨가 이력서를 내려고 했던 곳은 박람회장 내 장애인 채용관 부스들. 120cm 작은 키에 등이 굽었지만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많고 왜소한 그를 채용하겠다는 곳은 없었다.

장애인 채용관의 일반 기업 중 상당수는 정상인에 가까운 장애인 선호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청년채용관에 부스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장애인 채용관에 들어온 업체도 있었다. 그나마 뽑는 수도 1명 혹은 2명이었다. 이 때문에 중증 장애인은 이력서를 내밀지도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신 씨는 “사람 한두명, 그것도 거의 정상인을 뽑을 것이면 굳이 이런 데 나올 필요가 없지 않겠냐”며 “보여주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람회 관계자는 “신청 기업 중 장애인이 일할 여건이 마련된 기업을 우선으로 하다보니 구인 기업 수가 적었다”고 밝혔지만 장애인들의 씁쓸한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이처럼 채용박람회가 `보여주기`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지자체에서 구직난 해결책 중 하나로 채용박람회를 자주 열고 있지만 기대만큼 매칭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행사비만 수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채용 박람회 참가 기업 중에는 직원 채용 의사는 없지만 떠밀리다시피 나온 곳도 있다. 기업 규모가 크고 공채나 헤드헌터 등 채용 방법이 다양한 기업일수록 채용박람회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가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구직자들도 채용박람회에서 마음에 드는 기업을 찾지 못해 불만이다. 선호하는 기업군인 대기업과 금융 계통 기업은 채용 박람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별로 한 해에 수차례 채용박람회가 열리지만 구직자들의 활용 빈도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업포털 스카우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구직자 중 49%는 채용박람회를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박람회를 찾았다고 답했던 응답자 중 43.4%는 `매칭확률이 낮아 불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취업포털 업체 관계자는 “현장 면접 채용 빈도는 다소 낮아도 박람회 때 얻은 구직자 자료를 활용해 채용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박람회 현장에 국한해 박람회 효과를 보진 말라는 뜻이다.

활용하기에 따라 구직자와 구인기업 모두 이득이란 의견도 있다. 정부 지자체에서 주최하다보니 채용장려금과 같은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과 구직자의 매칭이 낮다면 여전히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