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딜링룸 선물옵션운용팀 딜러들은 각자의 포지션을 운용하면서 대화를 통해 시장흐름을 공유하고 있었다. 중심에는 증권가 1세대 딜러로 꼽히는 이진성 부장(사진)이 있다.
"저희 팀은 개개인이 혼자 생각으로 판단해서 실행하는 매매가 아닙니다. 혼자보다는 여러명의 생각이 모이면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황판단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부장은 1993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홍보맨`으로 증권업계에 발을 디뎠다. 이듬해 사내에서 공모한 대우증권 제1기 파생트레이더에 지원하면서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은 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선물옵션 트레이딩 연수과정을 거쳤다. 이후 2년간 선물시장개설 준비부터 리서치업무까지 관련분야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거쳐 1997년 7월 옵션시장 개설과 함께 딜링룸에서 운용을 시작했다. 딜러로의 인생을 시작한 것.
이 부장은 지난 2004년 1년간 영국에 있는 런던법인 근무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10년간 현역에서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 증권가 파생시장 1세대로 꼽힌다.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는데, 아직은 시장에서 제 매매기법이 조금은 통하는 모양입니다."
수 초내에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는 선물옵션시장에서 그는 10년간 연평균 30억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첫해 15억원의 매매이익을 기록한 이후로 작년에는 51억원에 달하는 매매이익을 남겼다. 거의 매년 10~30%의 매매이익 증가세를 거둔 것. 해당 기간 중 대우증권 선물옵션운용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혼자 일궈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총 90억원의 매매이익을 기록했고, 일간기준 승율은 94.2%다. 평균 한달에 하루 정도만 매매손실을 기록하면서 하루 평균 2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왔단 이야기이다. 사내 별명은 `머신`이라고.
장중, 매 시각시각마다 최고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파생운용시장. 순발력과 체력도 필요하다. 이른바 `이 바닥`에서는 30대 초반에서 중반사이에 최고의 운용감각과 성과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매년 놀라운 운용성과 개인기록을 내는 그는 2002년에는 증권거래소 공로상을 받았고, 사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대우증권인상을 두번이나 받았다.
"제가 생각해도 조금 이상하기는 합니다. 매번 결산이 끝나고 새로운 기가 시작될 때마다 올해가 나의 마지막 운용기회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걱정을 합니다만…. 아마도 제가 꽤 늦복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가 말한 `복`과는 큰 관련이 없어보인다. 이 부장의 매매 모습과 기록을 보면 치열한 노력의 댓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특급딜러들이 선물이면 선물, 옵션이면 옵션, 둘중 하나의 시장에만 전념하는데 비해 이부장은 양쪽 시장을 모두 매매하는 특이한 케이스이다. 올해도 수익의 4분의 3은 선물시장에서 올렸고, 나머지는 옵션시장에서 올렸다.
매매방법은 철저한 스페큘레이션(초단기매매)이다. 일체의 포지션 오버나잇 없이 장중 초단기매매를 무수히 반복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력을 쏟아붓고 순발력있게 대응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저는 리스크가 제일 큰 파생시장의 딜러이지만 그 반대로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싫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의 위험노출정도가 가장 작고, 또 시간적으로도 순식간인 초단기매매를 하는 것이죠. 저뿐만이 아니라 저희 팀원 모두는 시장개설 이후로 오버나잇포지션을 가져간 적이 없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큰 손실을 입었던 9.11때도 오히려 적잖은 매매수익을 올렸었죠"
이 부장은 많을 때는 하루 5000계약 정도의 선물매매를 한다. 선물시장 전체거래량의 1~2% 정도를 차지하는 수량이다. 이것은 몇 번의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 600~700번의 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시장의 변동성이 큰 장초반이나 종반에 집중적인 거래가 이루어져 분당 수십번의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초단기매매가 수익창출은 물론 가장 리스크를 관리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돈은 벌자고 해서 벌리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매번의 거래마다 그리고 매일의 거래마다 장이 끝나는 순간에 최소한 운용손실로 마감하지 않는 것이 저의 목적입니다. 그렇게 깨지지 않고 하루하루 생존해 내면 결국 돈은 차곡차곡 쌓여 벌려 있더군요"
대우증권 딜링룸은 촌각을 다투는 업무다 보니 딜러들은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모니터를 보면서 도시락을 먹어야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우증권에서 사내식당 음식을 수레로 직접 `배달`해준다고. 사내식당 음식을 배달해서 먹는 팀은 딜링룸이 유일하다며 웃는다.
파생상품시장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라면 궁금해할 비결을 물어봤다.
"무엇보다 철저한 감정통제가 필요합니다.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시장에 다가서는 순간 이미 매매는 실패한 겁니다"
그리고 항상 시장의 편에 서야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 맞서지 말고 항상 시장에 순응해야한다고 말했다. 나가서는 매매 자체를 즐기라고 말한다. 즐기면서 매매에 임할 때 높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시장은 수급입니다. 평온한 마음상태로 객관적인 눈으로 시장을 바라보면 팽팽한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방향이 보입니다. 그 방향에 내 포지션을 실어버리면 되는 것이죠. 물론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지식과 감각, 순간의 결단력과 냉철한 리스크관리능력은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자통법에 대비해 우수 인력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딜러 확보는 어떻게 이뤄질까.
그는 "철저하게 신규인력을 선발하여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평균 5명 정도의 인력을 인턴 또는 신입사원의 형식으로 선발해 6개월~ 1년간의 교육과정을 진행하여 우수딜러로 양성하고 있다. 매매노하우의 사내축적과 전달을 통해 로열티 높은 인재로 키워낼 수 있다는 이 부장의 소신이 담겨있다.
특이한 것은 이 부장의 매매모니터는 다른 딜러들의 `분배기`와 연결돼 있다. 분배기를 통해 실시간 으로 매매화면이 중계되고 있는 셈. 효과적이고 빠른 성과달성을 위해 그가 3년전부터 고안하고 실행중인 방법이다. 자신의 매매기법이 바로 수익과 직결되는 매매현장에서 그것을 타인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제 매매방법이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감정콘트롤이 핵심이죠. 저는 길만 제시해 주고, 그 다음 그것을 자기것으로 소화해내는 것은 전적으로 배우는 사람의 몫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라고 한다. 지금까지 중소형사가 탁월한 성적을 올려왔던 파생운용시장에서도 3년 내에 선물옵션운용팀을 대우증권의 위상에 걸맞는 최정상의 위치로 올려놓고자 함이다.
향후 해외시장 개척과 헤지펀드시장에 대해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개설이 임박한 중국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많은 규제가 있겠지만, 기회를 만들수만 있다면 충분히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또한 1~2년내 도입예정인 헤지펀드시장도 준비중입니다. 대우증권의 역량과 금융시장에서의 비중을 생각하면 헤지펀드시장에서도 저희 팀내의 파생상품운용인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증권업계에서도 가장 인력이동이 활발한 부문인 파생상품운용시장에서 16년째 대우증권에서 고집스럽게 한 직장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사람이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또 그 일을 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죠. 그런 면에서 저는 아주 커다란 축복을 받은 셈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의 숨은 재주를 알아주고 기회를 마련해준 회사에게 진 마음의 빚은 너무나 큽니다"
◆이진성 부장 프로필
-1967년 생
-1993년 성균관大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3년 대우증권 입사
-1994년 시카고파견 파생상품트레이딩연수
-1995~1997년 투자공학부/ 투자정보부
-1997~2003년 트레이딩룸 선물옵션운용역
-2002년 주가지수옵션시장 세계1위 기념 증권거래소 공로상 수상
-2004년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근무
-2005~현재 딜링룸 선물옵션팀 헤드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