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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유통매장을 가다)②감성의 소비-포럼 숍

이태호 기자I 2007.03.20 09:09:53
[라스베이거스=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정부가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는 성장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비스 산업은 고용유발효과가 높다. 따라서 국민소득 증가와 직결되며,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 1999~2005년 사이 제조업 일자리는 67만개가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에선 약 640만개 일자리가 증가했다. 

유통산업은 서비스 산업의 핵심업종으로 분류된다. 11년 전 유통시장의 문을  열었을 때  우리 유통업체들은 세계적 유통기업의 공격앞에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나라 시장특성에 맞는 전략으로 맞서, 이들을 이겨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유통산업은 선진 유통시장으로부터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진입을 앞두고 여가와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패턴의 선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 유통산업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이들은 무엇을 타깃으로 하는가. 앞으로 4회에 걸친 현장 르포를 통해 우리 유통산업의 지향점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차례> 
①명품 놀이공원-첼시
②감성의 소비-포럼숍
③맘모스 복합쇼핑몰-사우스코스트플라자
④원스톱 쇼핑-패션밸리몰
 
"이보다 더 경이로운 쇼핑몰은 없다!(Wonder of Wonders!)"
 
세계 최고급 쇼핑몰로 꼽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포럼 숍`(The Forum Shops). 스트립(Strip) 거리 `시저스 팰리스` 호텔과 연결돼 있는 이 3층짜리 쇼핑몰은 홍보 문구에서부터 거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물건을 파는 쇼핑몰이 얼마나 경이로울 수 있을까. 하지만 입구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순간 단순한 허세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고대 로마 양식의 조각상과 거리, 푸른 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천장 벽화는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스케일로 감성을 사로잡다!
 
"포럼 숍은 라스베이거스의 호텔과 카지노에 대규모 쇼핑몰을 결합하는 첫번째 시도였습니다..처음에는 모두가 성공 가능성을 의심했죠"
 

포럼 숍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모린 크램튼 이사는 처음 쇼핑몰을 열던 1992년만 해도 지금과 같은 `대박`은 기대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장 직후부터 거대한 스케일과 실제 로마를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의 실내 장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개장 이듬해인 1993년 라스베이거스 쇼핑몰 만족도 1위를 기록했으며, 이후 단 한차례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현재 포럼 숍을 찾는 방문객은 연간 2500만명. 라스베이거스 전체 방문객의 3분의 2에 달한다.
 
덕분에 포럼 숍에 입점한 개별 브랜드 매장의 매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올라섰다. 일례로 이곳 루이뷔통 매장의 한해 매출은 무려 3000만달러(280억원). 전 세계 루이뷔통 매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세계 유명인사들의 잦은 방문으로 더욱 유명해진 포럼 숍은 총 면적 1만9900평에 160여개 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1997년과 2004년 두차례에 걸친 확장 공사를 마치면서 정교한 조각품과 벽화로 둘러싸인 3개 층의 나선형 에스컬레이터를 완공했다.
 
◇엔터테인먼트는 필수!
 
라스베이거스 포럼 숍의 자랑거리는 화려한 실내 장식과 고급 매장뿐이 아니다.
 
매장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쇼핑을 즐기다보면 레스토랑 `치즈 케익 팩토리` 근처의 한 분수대에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매시간 정각에 펼쳐지는 화려한 분수 쇼 `아틀란티스의 멸망`(사진)을 보기 위해서다.
 
분수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로봇 인형들은 약 10분 간 아틀란타 왕과 그 자식들에 관한 전설을 재현한다. 화려한 불꽃과 생생한 음향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또 쇼가 끝나고, 분수대를 지나 조금 걷다보면 대형 수족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00여종의 열대어로 채워진 19만리터의 이 수족관 역시 포럼 숍이 내세우는 `엔터테인먼트 쇼핑`의 핵심 축이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지속적인 국민소득 증가에 발맞춰 쇼핑에 감성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접목시키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신세계가 충무로 백화점 본점 본관을 미술작품으로 치장하는 데 200억원을 쏟아부은 것이 대표적인 예. 품격을 강조하지 않는 대형마트나 아울렛 매장도 마찬가지다.

문화센터의 설치나 각종 공연, 유명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한 독특한 건물 장식은 어느덧 쇼핑몰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해 크램튼 이사는 "여타 쇼핑몰이 따라오지 못하는 스케일과 비주얼이 포럼숍의 성공 요인"이라면서 "고객들이 격조 높은 아름다움과 풍요로움,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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