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증권 당국이 마련한 "유가증권 인수제도 개선방안"은 기업공개(IPO)시장과 관련한 제도를 법률적 규제가 아닌 자율시장의 기능에 점진적으로 맡기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특히 상장 및 등록 주간증권사의 자율권을 최대한 확대, 왜곡된 IPO시장을 주간증권사의 자율과 책임 하에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주간증권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온 시장조성제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려는 취지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골격이 미국 등 선진자본시장의 사례를 벤칭마킹했다.
증권 당국은 이번 개선안이 확정안이 아니기 때문에 수정되고 보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큰 골격은 변함없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명 이번 개선방안은 인위적인 법적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IPO 시장의 왜곡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개선안의 지향점인 "완전자율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요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 처럼 집단소송제도 등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견제장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개선방안의 취지와는 달리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이럴 경우 정작 피해는 보호대상인 선량한 일반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율화 통한 시장기능 작동→IPO시장 효율화 =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상당부분의 거품이 IPO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모가의 근거인 본질가치 산정부터 수요예측, 공모물량 배정까지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인 잣대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치산정이 쉽지 않은 대다수의 벤처기업이 고평가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이번 개선안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각 단계별로 주간사의 자율권을 확대했다. 자산가치 산정시 현행 액면가 대신 적정시가를 반영하고, 수익가치 산정의 핵심요소인 자본환원율을 기업별 위험과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하도록 돼 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될 수 있는 기업의 본질가치는 낮추고 저평가될 수 있는 기업의 본질가치는 높여 IPO시장의 가격기능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또 기관의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공모가의 산정범위를 확대해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여지를 최소화한다는 것도 이번 개선안에 포함돼 있다. 우리사주조합 고수익펀드 기관투자자 일반청약자별로 비율이 확정돼 있는 공모물량 배정도 주간사의 책임아래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바뀐다.
◇완전자율화 위한 선행조건 많아 =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시장기능의 정상적인 작동을 전제로 깔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도입 취지인 포지티브섬 게임과는 달리 어느 한쪽이 이익을 더 얻는 제로나 네거티브섬 게임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선진자본시장 처럼 투자자를 위한 보호 및 견제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개선안에서 주간사의 유가증권 부실분석에 대한 제재를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도 제재 수준이 약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투자자 권익보호와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집단소송제도 등과 같은 제도가 선행돼야 하는 까닭이다.
한국증권학회 변진호 연구위원도 "소송제도나 레퓨테이션(Reputation)에 의한 시장기능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부실분석에 대한 재제를 완전히 폐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완전자율화가 추진되는 공모물량 배정기준이 기관투자자의 단기매도 방지를 위한 추적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 도입되면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증협 관계자는 "증권예탁원과 협력해야 하는 사항이다"라며 "단기간내 시스템 구축이 현실적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밖에 일반투자자 배정비율도 장기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게 개선방안에 포함돼 있지만 공평하지 못하다는 불만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선방안은 일반투자자의 경우 분석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공모주식을 취득한 증권회사로부터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증권 당국은 오는 25일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확정안을 마련해 빠르면 3월부터 새로운 인수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