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사람들은 부자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곤 한다. 우리 사회에 ‘부자는 탐욕스럽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야를 세계로 넓혀보면 전혀 다른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투자 전문가 워런 버핏이다. 그는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이를 실천에 옮겼고 전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기부를 권장하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재산 기부 서약)’ 운동을 제안했다. 현재까지 30개국 넘는 부호들이 이 고귀한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사회적 부가 가치와 결합할 때 그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젊은 창업가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다음 세대와 나누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필자가 참여한 행사 또한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그 자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눈빛이었다. 그들에게 절실했던 것은 단순한 금전적 원조만이 아니었다. ‘길을 잃었을 때 물어볼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위로와 동력이 되는 듯했다.
사회학 연구에서도 멘토와 네트워크의 존재가 개인의 사회적 이동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반복적으로 입증돼 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 학생이라도 양질의 네트워크와 멘토를 확보할 경우 대학 진학률과 취업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점에서 성공한 이들의 역할은 더욱 명확해진다. 자산의 일부를 나누는 것을 넘어 더 본질적인 가치인 ‘기회를 연결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학생에게는 학비가, 어떤 학생에게는 진로를 이끌어줄 조언자가, 또 어떤 청년에게는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줄 투자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적재적소의 연결이 이뤄질 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이날 행사에서 언급한 ‘퍼스트 제너레이션(First Generation·첫 세대)’이라는 표현도 깊은 울림을 줬다. 우리는 흔히 이주 배경 청년을 ‘다문화 2세’라는 틀 안에 가두곤 한다. 하지만 그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순간 그들의 잠재력에 한계를 긋게 된다.
오히려 그들은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 삶을 일궈가는 개척자 세대, 즉 ‘퍼스트 제너레이션’이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주도하는 수많은 기업이 이민자 출신 창업가들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대만 출신 이민자였다. 그들에게 ‘새로운 배경’은 약점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된다.
행사장을 나오며 필자는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대한민국에는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부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부를 쌓아두기만 하는 부자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부자, 자신의 성공을 다음 세대의 기회로 치환하는 부자, 그리고 사회의 계층 이동을 돕기 위해 기꺼이 사다리를 놓는 부자 말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제도나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끌어올려 주는 선순환의 구조, 그것이 바로 국가의 진정한 저력이다.
성공한 이들이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다음 세대에게 손을 내밀 때 그 영향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들이 연결해 준 단 한 번의 만남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다음 세대를 견인하는 기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날의 행사는 대한민국이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줬다. 부자를 배척하고 깎아내리는 사회가 아니라 ‘좋은 부자’를 존중하고 더 많이 길러 내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묵묵히 이 길을 걷고 있는 그 사업가의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하정우 35.5%·한동훈 28.5%·박민식 26.0%…부산 북갑 3자 대결 ‘오차범위 접전'[여론조사]](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4/PS26042701585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