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도산 등으로 임금을 못 줄 경우 근로자는 국가에 체불임금을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해당 근로자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 못 받은 임금을 주고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대지급금 제도다. 정부가 대신 내주는 이 대지급금의 회수율이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2020년만 해도 32.8%였던 회수율이 매년 하락해 지난해 처음으로 29.7%로 뚝 떨어졌다. 급한 대로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해 주면서 투입된 자금의 70% 이상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월급에 의존해 생활하는 근로자에게 임금 체불은 심각한 타격이 된다. 기업 부도로 인한 딱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정 범위 내에서 급한 생활비를 지급해줄 수는 있다. 실업급여가 따로 있고 다른 사회안전망도 있지만, 복지 강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회수율이 이렇게 낮다면 제도운영에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도덕적 해이다. 사업주부터 사재를 털어서라도 체불임금을 지급하려는 노력을 회피하게 될 공산이 다분하다. 일한 사실이 없는 가짜 직원과 하청업체 근로자까지 수십 명을 동원해 허위로 수억원대의 대지급금을 부정 수급해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와 근로자 간 짬짜미도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쯤 되면 절박한 임금 근로자를 위한 대지급금조차 ‘눈먼 돈’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의로 도입한 제도가 복지 누수, 도덕적 해이 조장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보완점이 무엇인지, 이 제도가 본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종합점검을 해야 한다. 재직 근로자까지 대상으로 확대한 것, 지급 범위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 것, 부정 수급의 주요 통로가 된 간이대지급금 방식 등의 효율성과 문제점을 잘 살펴야 한다. 실제 임금 지급 능력이 있는 사업주조차 대지급금을 무슨 보조금 정도로 여기는 풍조의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안 그래도 속된 말로 ‘떼먹는 ‘돈 빼먹는 자금’이 공공기금과 재정에 너무 많다. 대지급금 지급액이 8조원을 넘는데 회수액은 2조 4768억원에 그쳐 미회수액이 5조 8560억원에 달한다. 대지급금을 운용하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이 거덜 나면 또 국가 재정을 동원하자고 할 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