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APR과 APR1400의 가장 큰 차이는 EU-APR이 APR+이란 2014년 우리나라에서 표준설계 인증을 받은 원전 설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APR+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인증을 받으며, 피동안전설비의 강화와 중대사고 대처설비 강화 등을 통해 안전성을 10배 이상 개선했다. 국내에서 인증받은 대형 원전 중 가장 안전성이 높다.
경쟁 노형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AP1000이나 프랑스의 프라마톰과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수출하는 EPR과 비교해 동등하거나 더 개선된 성능을 갖췄다. APR1400 때 미자립 기술까지 모두 국산화한 토종 노형이기도 하다. 만약 앞선 탈(脫)원전 정책이 없었다면 유럽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건설했을 첨단 원전이라는 점이 아쉽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가 우리나라 원전이 체코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프랑스가 우리나라와 점점 벌어지는 경제·기술적 격차에 대해 초조함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의 가장 큰 시장 경쟁력은 원전 시공 능력과 값싼 가격이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우리가 이번 체코 원전 사업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한국 원전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경쟁국과 비교 우위가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프랑스와 미국도 한국 원전이 기술 측면에서도 비교 우위에 있음을 몸소 체감했다. 우리 원전 기술이 경쟁국 대비 ‘초격차’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경쟁국은 앞으로 더 치열하게 우리를 견제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원전산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 원전 산업 기술의 초격차 도약을 위해 성원을 보낼 때다. 사용 후 핵연료 문제를 비롯한 여러 국내의 현안을 사회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때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 원전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원자력 기술의 시작은 미국이다. 그러나 현재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다. 한국 원전은 우수한 기술력과 산업경쟁력을 갖췄고 이를 체코에서 입증했다. 앞으로의 10년을 잘 계획하고 투자해 우리 원전 기술이 진정한 ‘초격차’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