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자국내 8개 은행에 '달러화 거래 금지' 제재

방성훈 기자I 2024.02.05 08:40:51

이란 지원 무장단체에 불법자금 유입 차단 목적
"美재무부 관리 이라크 방문해 요청한데 따른 결정"
"美 계좌에 석유수출대금 1000억달러 이상 보유 영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라크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자국 내 8개 은행에 대해 달러화 거래를 위한 외환시장 참여를 금지했다. 이란으로 흘러들어가 사기나 돈세탁 등 불법적인 용도로 달러화가 사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중앙은행은 이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이라크투자은행, 이라크연합은행, 아라비아이슬람은행, 함무라비상업은행 등 자국 내 8개 은행을 대상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란으로 달러화가 밀수되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의 일환으로,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제재 최고 책임자가 이라크를 직접 방문해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넬슨은 지난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고위 관료들과 만나 범죄, 부패, 테러 행위자로부터 이라크와 국제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넬슨이 이라크를 방문하는 동안에도 미 재무부는 이라크 알후다은행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알후다은행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이 수십억달러를 유용하는 데 관여했다면서, 미 금융기관이 알후다은행에 제공하는 해외송금 등 중개 업무를 금지하고 알후다은행 회장겸 소유주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기로 했다. 당시 넬슨은 “알후다은행은 부정한 활동을 목적으로 이라크 경제를 이용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에) 자금을 조달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라크는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이란 양측과 모두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로, 이라크의 현 정부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정당 및 무장단체의 도움을 받아 정권을 잡았음에도 미국에 협조하기로 했다”면서 이라크가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계좌에 보유중인 1000억달러 이상의 석유판매대금에 접근이 차단될 것을 우려해 이같은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이라크 중앙은행이 이라크 금융시스템이 남용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지속적인 조치를 높이 평가한다”며 환영했다. 앞서 이라크는 지난해 7월에도 자국 내 은행시스템을 통해 이란으로 달러화가 밀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14개 은행에 대해 달러화 거래를 금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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