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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P, 러시아 사업서 철수…"로스네프트 지분 전량 처분"

방성훈 기자I 2022.02.28 09:05:36

러 국영 로스네프트 지분 17조원어치 전량 처분키로
합작투자 등 모든 러 사업서도 철수…"30조원 손실 예상"
전현직 BP임원 2명도 로스네프트 이사회서 즉각 사임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근본적 관계 재검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의 메이저 석유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30년 이상 지속해 온 러시아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에 따라 “상황이 변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른 외국 기업들 역시 BP를 따라 러시아 사업에서 철수할 것인지 주목된다.

(사진=AFP)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BP는 이날 러시아 국영 석유·가스업체 로스네프트의 지분 전량을 처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B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영국 정부로부터 로스네프트 지분을 양도하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P가 보유한 로스네프트 지분은 19.75%로 현재 시장가치는 14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BP는 2006년 로스네프트의 기업공개(IPO)에 참여해 1.25%의 지분을 획득했고, 2013년 로스네프트에 자회사 ‘TNK-BP’를 매각하며 그 대가로 18.5%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BP는 또 장부가치 14억달러(약 1조 6800억원) 규모의 3개 합작투자를 비롯해 러시아 다른 사업에서도 철수할 예정이다. BP는 러시아 사업에서 손을 떼면 250억달러(약 30조원) 가량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BP는 현재 러시아 시베리아 타스 유리아크 지역 유전 개발 지분 20%와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만 유전 개발 사업 지분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로스네프트와 야말-네네츠 자치지구 내 하람푸르 유전 개발 사업도 공동 추진하고 있다.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와 전 BP 임원인 밥 더들리는 로스네프트 이사회에서 즉시 사임하기로 했다. BP는 이들의 사임으로 2022년 1분기(1~3월)부터 로스네프트를 회계상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계열사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니 CEO는 이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며 “이로 인해 로스네프트에 대한 BP의 입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헬게 룬드 BP 회장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은 침략 행위다. 이 지역에 비극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하며 “BP는 러시아에서 30년 이상 사업을 해왔지만, (침공 이후) 로스네프트와의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게 됐다.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BP는 지난 1990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30여년 간 러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해 왔다. 석유 메이저가 자원 대국인 러시아에 진출했다는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으며, 로스네프트와 관련해선 러시아 정부에 이어 2대 주주로 주요 사업 파트너였다.

콰시 콰르텡 영국 기업·에너지부 장관은 BP의 결정을 환영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이유 없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에 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영국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며 “BP가 내린 결정은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BP의 장기적 이익에도 부합하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BP의 로스네프트 지분 처분 결정은 러시아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다른 외국 기업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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