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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제게 환자 가래통 부은 선배 간호사, 대학 교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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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원 기자I 2021.03.10 08:14:58

9년 전 ''태움'' 호소한 간호사…"태움 악습 근절 위해 사연 공론화 해달라"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9년 전 국내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했던 현직 간호사가 중환자실 근무 당시 자신을 괴롭혔던 선배가 최근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며 태움 가해자임을 주장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9년 전 저를 죽일 듯이 태운 당시 7년 차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되셨대요(간호사 태움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간호사 A씨는 우연한 계기로 B씨가 한 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 부임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7년이 넘은 일이지만 B씨의 이름을 듣고 가슴이 요동친다며 그가 당한 폭언과 폭행을 상세히 적었다.

A씨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1년여간 B씨와 한 대학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함께 일했다고 했다. A씨는 “그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보리차 끓이기, 세탁물 찾아 정리정돈, 커피 타고 빵 썰기 등 갖은 허드렛일도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중환자실 안에 갇혀서 수많은 다른 선배들 앞에서 속수무책 폭언, 폭행을 당해야만 했던 것이었다”고 적었다.

A씨는 “부모에 관한 욕, 대선에서 특정후보 뽑기를 강요하고 VRE환자에게 뽑은 가래통을 뒤집어씌우시고 chest potable(스스로 찍으러 못가는 환자 엑스레이를 찍기 위한 기계)오면 그 앞에 보호장비 벗고 서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아라~’ 낄낄거리고 주문을 외시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CRRT(24시간 투석기) 큰 관류액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오게 시키고(액체인데다 하나 들기에도 무거운데 두개씩 안들면 폭행), 의미없이 EKG포타블 기계(활력징후, 심전도 등을 측정하는 기계, 중환자실 환자가 CT,MRI 시술 등으로 이동시 사용함) 양손에 하나씩 들고 가져오랬다가 갖다놓으랬다 의미없는 반복 훈련 시키고 힘들어하는 기색 보이면 덩칫값 못한다고 때렸다”고 했다.

A씨는 “그 선배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날에는 ‘그냥 욕하지 말고 어차피 때릴 것이라면 소리지르지 말고 빨리 얻어 맞고 끝났으면 좋겠다’,‘차라리 주먹부터 날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며 “태움으로 인해 입사 시 56kg에 달했던 몸무게는 72kg까지 늘어놨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 선배는 언제나 반소매, 긴 바지인 펄럭거리는 연분홍색 유니폼으로 가려지는 부위만 때렸다”며 “1년 내내 맞은 곳은 명으로 보라색투성이었고 온전한 피부색이었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엄마가 우리 딸 대학병원 간호사라고 여기저기 말해놨는데 관두면 안 된다고 해서 그만두지 못했지만 결국 엄마에게 ‘대학병원 다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딸의 엄마가 될래’라고 말할 정도였다”며 “그 말을 한 뒤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A씨는 “신규 간호사들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관둬라. 세상에 직업은 많고 당신 목숨보다 중요한 직장은 없다”고 적었다.

그는 “이 글로 어떤 금전적 보상도 원치 않는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 이 글이 간호업계의 태움 문화 근절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적으며 태움 재발 방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을 공유했다.

한편 ‘태움’이란 주로 대학병원의 간호사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로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에서 나왔다. ‘태움 문화’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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