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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경매브리핑]'진정한 임차인'이 좌우한 낙찰가율

정다슬 기자I 2016.10.29 10:00:00
△지난 25일 법원 경매에 나온 서울 서초구 장미아파트는 감정가의 45.3% 수준에서 낙찰됐다.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사진=지지옥션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경매에서는 ‘진정한 임차인’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가진 임차인을 말합니다. 대항력을 가진 임차인은 경매로 부동산을 새롭게 취득한 매수인에게 임차인이 임차인의 지위를 보호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진정한 임차인이 배당을 신청해 보증금을 받고 나가겠다고 하면 낙찰자로서 큰 고민이 없습니다. 문제는 진정한 임차인이 배당을 신청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낙찰자가 보증금을 모두 인수하고 임차계약을 유지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낙찰자 입장에서는 보증금만큼 사실상 매수금액이 올라가 버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진정한 임차인의 위력입니다.

10월 마지막 주(24~28일) 전국 법원 경매시장은 이런 임차인의 위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29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6일 경매된 서울 강서구 등촌동 우성아파트는 무려 42명이 응찰해 현모씨가 감정가(3억 8000만원)를 넘어선 3억 8799만 9000원이란 가격으로 낙찰받았습니다.

이 아파트는 한 차례 유찰된 후 재입찰 된 물건이라 이날 최저매각가격이 감정가보다 20% 하락한 3억 400만원에서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지하철 9호선 중미역과 가까운 역세권 아파트라 젊은 실수요층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물건입니다. 2014년 9월부터 거주한 임차인이 있지만, 이 임차인은 보증금 2억 3000만원을 배당 신청한 상태로 권리관계도 깨끗합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이 붙으면서 결국 낙찰가는 감정가보다 소폭 높아졌습니다. 이는 현재 같은 주택형 시세가 3억 8000만원 선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수준입니다. 결국 낙찰자 입장에서는 결국 시세를 주고 경매로 집을 산 셈이 됐습니다. 낙찰자 이씨와 2위와의 응찰가 차이는 고작 44만 9000원에 불과해 얼마나 응찰자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는지를 짐작게 합니다.

반면 임차인이 배당을 신청하지 않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장미아파트와 더샵오데움은 수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서 낙찰됐습니다. 그만큼 응찰자들이 손을 대기 어려운 물건으로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이 두 아파트 임차인 모두 자신의 보증금이 얼마인지 밝히지 않아 구체적인 숫자는 알 길이 없지만 경우에 따라 수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떠안을 수 있게 된 만큼 신중함을 요하는 물건이었습니다.

특히 장미아파트의 경우 2차례 유찰되고 3회차에 매각됐으나 낙찰자가 대금을 미납해 다시 한 번 경매로 나온 물건으로, 이전 낙찰자가 진정한 임차인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낙찰받았다가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장미 아파트는 지난 25일 감정가 대비 45.3%, 더샵오데움은 감정가 대비 53.5% 수준에서 낙찰되며 서울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을 전주대비 무려 16.5%포인트나 끌어내렸습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는 26건 중 16건이 낙찰됐으며 낙찰가율은 61.5%입니다. 수도권 주거시설 낙찰가율 역시 전주대비 3.1%포인트 하락한 89.0%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경매 건수는 2454건입니다. 이 중 1076건이 낙찰됐고 낙찰가율은 72.1%로 전주대비 8.5% 하락했습니다. 총 낙찰가는 2938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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