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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닮은꼴' 헝가리 왕실의 속살 공개

김인구 기자I 2013.12.06 09:21:06

국립고궁박물관 '헝가리 왕실의 보물'전
내년 3월 9일까지
2014년 한국-헝가리 수교 25주년 기념

엘리자베트 왕비 초상(사진=국립고궁박물관)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지난 3일부터 시작한 ‘헝가리 왕실의 보물: 합스부르크 왕가와 헝가리 귀족사회’ 특별전은 여러모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전시다. 전시 제목을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궁금증은 ‘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헝가리 전을 열까’일 것이다. 이에 대해 이귀영 관장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에서 적극 추천했고, 둘째는 마침 내년이 한국-헝가리 수교 25주년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국립고궁박물관이 연간 1회의 해외왕실 전시를 해오던 것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헝가리의 역사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주변 열강의 침략을 받았던 우리의 근·현대사를 닮아있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동유럽의 한가운데 있는 나라다. 국경이 무려 7개의 주변국과 접해 있다. 그만큼 외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치열한 영토 분쟁을 겪었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이중제국이라는 형태로 독립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왕실·귀족문화에서도 우리와의 유사성을 곧잘 발견할 수 있다.

헝가리 왕권을 상징하는 화려한 왕관은 신라시대 금관과 비교된다. 금실과 비단으로 장식된 귀족 의상과 허리띠 역시 신라 때의 금제 허리띠를 연상시킨다. 귀족들이 썼다는 식탁용 분수의 섬세함에선 백제 금동향로의 기운이 느껴진다.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헝가리 왕실의 금제 왕관. 사진은 복제품이다(사진=김인구 기자 clark@)
헝가리의 고단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유물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던 헝가리 왕비 엘리자베트의 초상이다. 엘리자베트 왕비는 원래 합스부르크 왕조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왕비였다. 그러나 나중에 헝가리에 관심을 갖고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이중제국이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말년에는 왕위 계승 1순위이자 외아들인 루돌프가 자살하는 바람에 커다란 슬픔을 견뎌야 했다. 그렇기에 그의 초상화 속 드레스는 늘 검은색이다. 18세기 최고의 여성 통치자 마리아 테레지아나 비운의 여인 마리 앙투아네트도 헝가리 왕실을 거쳐 간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전시를 기획한 박대남 전시홍보과장은 “외침을 많이 받은 우리의 역사와 닮아있는 헝가리의 왕실과 귀족문화를 통해 헝가리를 좀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9일까지. 02-3701-7633.

마리아 테레지아의 초상(사진=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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