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톱스타들의 이유있는 ''출연료 바겐세일''

노컷뉴스 기자I 2007.12.04 09:48:00

차승원, 김혜수 이어 이범수까지 스스로 출연료 대폭 삭감


[노컷뉴스 제공] "얼마를 줄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합리적인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배우 이범수까지 합류했다. 최근 충무로에 부는 톱 배우들의 '출연료 바겐세일'에 동참한 이범수는 "많은 배우가 함께하는 만큼 좋은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코미디 '그들이 온다(강석범 감독)'로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이범수는 신작에서 기존 출연료보다 대폭 낮은 금액을 받는다. 어려운 제작환경을 감안해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크랭크인을 앞두고 3일 저녁 영화사 사무실에서 열린 성공기원 고사에서 만난 이범수는 "몇 퍼센트를 줄였는지 보다 합리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범수뿐 아니라 함께 출연하는 손창민과 김민선 등도 출연료 줄이기에 동참했다. 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배우들이 출연료를 줄였는데도 흥행에 따른 러닝개런티나 인센티브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최근 충무로에는 톱스타들의 잇단 자진 출연료 거품 줄이기 바람이 불고 있다. 예년보다 위축된 영화계를 고려해 배우가 먼저 팽창된 출연료 부피를 줄이는 의미 있는 행보다.

올해 첫 테이프는 차승원이 끊었다.

지난 5월 개봉한 '아들(장진 감독)'에서 차승원은 자신의 평균 출연료 보다 50%를 줄인 금액을 스스로 깎았다. 제작비 축소에 따른 환경 악화를 직면하고 직접 총대를 맸다. 차승원은 "CF를 많이 하고 있으니 걱정없다"는 '멋진' 말로 대신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부터 시작된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작용했지만, 배우에게는 '자존심'으로 통하는 출연료를 직접 줄이는 과감한 선택으로 차승원은 주목받았다.

여배우 김혜수도 '통 큰' 결정에 합류했다.

상영 중인 '열한번째 엄마(김진성 감독)' 출연을 결정할 당시 김혜수는 전반적인 제작 상황을 고려해 개런티를 스스로 대폭 낮췄다. 신생 제작사의 작품인데다 20억 원에 못 미치는 낮은 제작비를 생각해 먼저 나서 출연료 긴축을 감행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시선을 빼앗겼다는 김혜수는 적극적으로 출연을 원해, 제작사에서 놀랄 정도였다. 자연히 영화 사정에 맞춰 출연료를 줄이는 일도 수월했다. 오히려 김혜수의 캐스팅 소식에 여분의 투자까지 이뤄졌을 정도다. 이같은 김혜수의 의지에 황정민 류승용이 가세했다.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오기 어려운 것이 배우 출연료지만 김혜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드러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영화의 규모와 성향에 맞게 개런티를 받아야 합당하다"면서 "저예산 영화인데 거액을 고집하는 일은 결국 배우 때문에 영화의 성향을 바꾸자는 부당한 요구"라는 소신을 밝혔다.

제작 편수 축소, 충무로 위기의식을 체감한 배우들의 '자구책'

사실 배우들이 '자존심'과 같은 출연료를 직접 줄이면서 작품성 짙은 영화를 택하는 것은 투자 위축 등 영화계에 팽배한 어려운 제작여건이 원인이다.

최근 만난 배우들 중 대부분은 "좋은 시나리오가 쏟아지던 시기는 지났다"고 입을 모았다. 인기 배우들에게는 수북히 쌓이던 그많던 시나리오들이 제작 편수 축소로 현격히 줄었고 때문에 작품 선택 폭도 좁아진 것이 요즘 세태다. 오죽하면 올해 개봉해 스크린에서 얼굴볼 수 있는 배우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다 나올까?

이런 상황에서 출연료를 깎는 건 배우들의 '자구책'인 셈이다. 더불어 직접 영화 제작에 나서는 사례도 늘어, 이제는 배우 스스로 '맞춤형 영화'를 찾겠다는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다.

신작 '내사랑(이한 감독)' 개봉을 앞둔 감우성은 내년쯤 직접 쓴 시나리오를 영화로 제작하고 배우로 참여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배우가 시나리오와 제작, 출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관할하기는 이례적이지만 감우성이 이를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더는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와 원하는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찾기 힘들고 지치기 때문이다.

달라진 영화 환경에 적응하려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제작비 거품을 빼는 동시에 원하는 영화를 택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실천하는 배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질감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는 우려섞인 시선도 배제할 수는 없다. 차제에 이같은 쇄신 분위기가 충무로 제작 활성화에 큰 물고를 틀 수 있다는 기대감도 피어나고 있다.


▶ 관련기사 ◀
☞영화제, 흥행작vs작품성 온도차 ''풀리지 않는 숙제''
☞한국 영화 연말 대작 실종
☞18년 만의 부활...''인디아나 존스 4'' 내년 5월 전세계 동시 개봉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