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부동산경기를 놓고 과열이냐 아니냐로 한참 논란을 벌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지난 7월 의회 증언에서 "주택시장 동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버블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주택시장이 과열돼 있으며 주택시장 버블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버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에 대한 버블론이 제기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주택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집값은 최근 1년동안 17% 치솟았다. 지난 63년 이후 미국의 연평균 집값 상승률이 6.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집값 급등 추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택시장에 대한 월가의 대체적인 의견은 "아직은 버블이 아니다"로 모아진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즈 등 미국의 주류 언론들도 "집값이 오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버블 주장이 다소 성급하다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버블"이란 아무런 이유 없이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버블은 아니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미국 집값이 오를 만한 충분한 이유란 무엇일까.
우선 수급측면에서 볼 때 주거 환경이 좋은 주택신축 부지가 그다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민자의 지속적인 증가와 함께 베이비 부머 자녀들이 주택구입기를 맞고 있다는 점도 주택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결정적으로 수요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 낮은 모기지 금리다. 사상 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모기지 금리는 렌트비 수준으로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데이비드 와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렌트비와 주택모기지를 비교해 봤을 때 집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모기지 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추세를 지속하다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와이스의 분석대로라면 주택시장의 활황은 적어도 향후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블 경제론의 저자 케빈 헤셋도 "현재의 주택시장은 오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부동산호황을 견인하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모기지금리"라고 밝혔다. 낮은 모기지금리가 주택 매수를 자극하고 이것이 주택경기의 활황으로 이어져 미국경제는 주식시장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부(富)의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부동산 경기과열이 일부지역에 국한돼 있다는 것도 버블에 대한 우려를 줄이는 측면이다. 주택가격의 상승은 뉴욕 일원과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과 같은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덴버나 실리콘밸리 등과 같은 지역은 매물은 많이 나오는 데 반해 살 사람은 없어 오히려 집값이 하락세다.
한국과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교육환경에 따른 집값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이유중의 하나로 꼽히는 "교육 환경"은 미국에서도 집값 상승의 배경이 된다.
예를 들어 뉴저지 일원에서 "테너플라이"와 "잉글우드"는 바로 경계하고 있는 인근 시(市)이고 교통환경도 비슷하지만 주택가격이나 렌트비는 3베드룸 기준으로 테너플라이가 두배 이상 비싸다. 소위 말하는 백인 동네여서 교육환경이 좋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육환경이 좋은 시는 집세(보유세)도 비싼 데 이는 세금의 대부분(약 70% 가량)을 학교에 투자하고 있어서다. 세금이 비싸기 때문에 자연히 렌트비도 비싸다. 따라서 이같은 구조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즉 비싼 집값을 내고 질좋은 교육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싼 대신 다소 질이 떨어지는 교육서비스를 받을 것이냐 하는 선택이 주택시장에 반영돼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 부동산시장이 현재 버블은 아닐지라도 가격 상승의 속도가 다소 둔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90년 이후 미국의 한가구당 임금상승률은 연평균 3.8%를 기록한 반면 주택가격 상승률은 4.5%를 기록해 집값상승률이 임금인상률을 앞질렀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경제의 재하강,즉 "더블딥"이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주요한 근거로 주택시장의 활황을 지적한다. 소비자신뢰지수 소매판매 등 소비추세를 나타내는 지수들은 7월 이후 수치가 현저히 둔화됐지만 주택경기만큼은 아직 견조한 성장세다. 버블 논란과는 상관없이 부동산시장이 미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