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이라며?"…`악성 가짜뉴스`에 두 번 우는 참사 유가족들

김형환 기자I 2025.01.05 13:07:03

‘유가족만 횡재’ 가족 잃은 유가족에 조롱
이태원·세월호 참사 때도 가짜뉴스 이어져
제주항공 유가족 모욕, 악성 글 게시자 1명 검거
전문가 “법적 제재와 온라인 문화 조성해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대형참사가 발생하자 어김없이 ‘가짜뉴스’가 유가족들을 괴롭히고 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두 번 울리는 가짜뉴스는 참사 때마다 근절해야 할 과제로 꼽히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법·제도적 대책뿐만 아니라 온라인 문화 조성을 통한 가짜뉴스 근절이 근본적 해결방안이라고 제언했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지난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4일 전남청 사이버수사대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내 유가족 등을 모욕하는 악성 글을 게시했던 피의자 1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4일 오후 5시 기준 총 99건에 달하는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온 각종 악성 가짜뉴스로 인해 유가족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향한 각종 루머가 대표적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며 유가족이 아님에도 유가족 단체 대표를 맡았다’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이에 박 대표의 딸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은 아버지 이름이 적힌 탑승자 명단 사진을 올리며 “사기꾼이라는 단어가 댓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며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참사 당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가족만 횡재’라는 조롱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전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남은 가족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역시 즉시 멈춰주시기 바란다”며 “관계 당국에선 강력하게 처벌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간 매번 참사 때마다 이 같은 악성 가짜뉴스나 조롱성 게시글은 온라인상을 뒤덮었다. 지난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희생자들이 마약 복용을 했다”, “유명인이 몰리며 참사가 발생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횡행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희생자들 유가족이 ‘대학교 특례 전형이 있다’, ‘공무원 시험 가산점을 받는다’는 가짜뉴스가 돌았다.

이미 대형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이같은 악의적 가짜뉴스는 치명적이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안 그래도 힘든 사고에서 이 같은 가짜뉴스와 악의적 조롱을 접하면 ‘내가 잘 못 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트라우마가 더욱 가중되게 된다”며 “결국 이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심리적 상처가 남아 더욱 복귀하기 힘들어지는 그런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제주항공 참사 이후인 지난 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전국 시도청 사이버수사대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악성게시글 전담수사팀’ 설치하고 총 118명으로 ‘악성게시글 대응 전담수사단’을 편성해 강력 대응에 나섰다. 수사단은 온라인상 악의적 게시글·동영상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법행위 발견 시 수사에 착수하고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으로 삭제·차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매번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온라인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참사 당시 악성댓글이나 게시글은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퍼나르는 것보다 관심을 끌려고 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단호하게 법적 제재를 하는 것과 함께 누리꾼들이 방관이 아닌 직접 나서서 제지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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