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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양사는 “당시 세경고는 영양사 자리가 한 달 동안 공석이었고 아이들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라고 회상했다. 아이들은 김 매니저를 보자마자 따졌다. 어떤 여학생은 식판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생각은 ‘이 아이가 나한테 왜 이래’가 아니라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였다. 이후 아이들과 꾸준히 소통했다. 급식 예산은 한정돼 있지만 다른 지출을 줄여 특별한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열정을 보인 것도 이때다.
그는 “아이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말했을 때 레시피나 조리방법을 바꾸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점심 급식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였던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그 한 끼가 따뜻한 집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매니저는 ‘세계 음식 체험의 날’을 만드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 퇴식구에 끝까지 쫓아가서 왜 남겼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랍스타 급식을 위해 손에 상처를 입어가면서도 1100명 아이들에게 일일이 가위로 다 잘라줬다. 힘들 때마다 급식실에 나가서 아이들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대기업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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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매니저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즐기면서 사는 것, 자기모습 그대로 사는 게 가장 편안한 것”이라며 “가짜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난 모습으로 살고자 하면 현재의 내 모습을 부정하게 된다. 이런 삶은 행복하지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나의 모습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자신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모습도 너야’라고 인정하면서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낯선 모습도 많지만 이를 수용할 줄 알게 되는 게 진짜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렇게 말한 그조차도 나다움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자신의 가장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게 된 뒤 부터는 작은 것에도 행복하고 편안해졌다.
그는 “지금 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다양한 것을 시도하려고 노력한다”며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메뉴를 제공하거나 서포터즈단을 운영하면서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영양사라는 직업을 알리기 위해 외부활동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통해 어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많다. 그는 “영양사라는 직업은 내가 만든 식단으로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며 “많은 보람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웃음을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