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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커피업계 매출 기준 1위 스타벅스코리아는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전국 매장 기본 운영시간을 당초 오전 7시~오후11시(상권별 일부 매장 상이) 체제로 복귀했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귀가하는 평균적 퇴근 시간(오후 5~7시)보다 더 오래 매장을 운영하는 셈이다.
다른 커피전문점의 경우 일부 유흥가에서 24시간 운영하는 매장들도 볼 수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골목상권에서 운영하는 개인형 커피숍들은 대개 오전 10시쯤 느즈막하게 가게 문을 열고 오후 10시쯤 닫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별 영업시간 등 조건은 다 다르기에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으로 이렇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늦은밤 술집 못지 않게 매장 불을 환하게 켠 커피숍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또 이용할 수 있다. 길어지는 술자리 중 잠시 쉬어 가거나 마무리하는 차수로 들러 못다 한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들, 술 대신 커피나 차를 마시며 지인들과 저녁 모임을 가지는 사람들, 늦은 시간까지 학업 혹은 업무를 위해 독서실과 사무 공간 대신 찾는 사람들로 우리 주변 커피숍들은 늦은밤까지 북적인다.
하지만 해외 여행 혹은 출장 좀 다녀봤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커피와 티타임 문화가 일찍 발달한 유럽의 경우 한국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노천 혹은 테라스 형태를 겸한 카페들이 많다. 이른 아침 카페에 나와 출근 전 오늘의 날씨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신문 혹은 책을 보거나 아침 식사를 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초저녁만 돼도 길거리 카페들은 문을 닫는다. 저녁 시간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카페 대신 레스토랑 혹은 펍·바 등으로 향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출근 전 커피숍에서 여유를 즐기는 직장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바쁜 출근길에 직장 근처 테이크아웃형 매장에 들러 커피를 사들고 가는 풍경이 익숙하다. 점심시간에도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우르르 커피숍으로 몰려 잠시 앉아 짤막한 담소를 나누거나 테이크아웃해 다시 회사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 같은 커피 문화 차이는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일과 삶의 균형) 등 생활 양식에서 비롯한다는 해석이 따른다. 커피업계에 오래 종사한 한 관계자는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수십년 만에 빠른 산업화로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인들은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도 거른 채 곧장 직장 등 일터로 향하기 바빠 출근 전 혹은 일과 중 여유로운 티타임은 언감생심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와 자율출근제 도입 등 근로 여건도 상당히 개선되고 워라밸을 존중·추구하는 경향이 늘었지만, 다른 기간·방식으로 선진화를 이뤄 온 유럽과 체득된 삶의 양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한국인들의 강한 소속감·공동체 의식으로 발달한 회식·모임 문화와 함께 아침보다 술집 같은 저녁 커피숍이 발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인들의 저녁 커피는 생활 양식 요인뿐 아니라 갈수록 진해지는 ‘커피 사랑’ 탓도 있다. 관세청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생두·원두) 수입액은 전년보다 약 24.2% 증가한 9억1648만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원/달러 평균환율이 1144.42원인 것을 고려하면 약 1조488억원 수준으로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했다.
커피 수입액 및 수입량이 늘면서 국내 커피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6년 5조9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커피 시장규모는 현재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한국 성인 1인당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하루 평균 1잔 꼴이자 전 세계 평균(130잔) 약 3배 수준이다.
자주 찾고 많이 마시는 일상 속 커피 수요가 ‘한국식 밤문화’와 맞물리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저녁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불야성 커피숍’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 속 카페인이 수면 방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늦은 저녁 섭취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소비심리에도 불구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