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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식로드]`콤부차`는 취할까<49>

전재욱 기자I 2021.10.16 17:20:00

녹차와 홍차 기반해 당으로 발효하는 콤부차
숙성 과정에서 약간의 알코올 성분 발산하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를 올릴 만큼은 아닌 미미한 수준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올해 4월 영국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적발된 변호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기준치를 4배 넘게 초과한 만취 상태였다. 법정에서 그는 “그날 친구 집에서 발효한 콤부차를 마셨는데, 거기에 알코올 성분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항변했다. 술이 아니라 콤부차를 마셔서 취했다는 것이다.

BTS 멤버 정국은 콤부차를 즐겨 마시는 걸로 유명하다.(사진=브이라이브)
법원이 그의 항변을 받아들였을지에 앞서, `음주운전은 했지만 술은 안 마셨다`는 그의 해괴한 항변의 배경은 따져볼 만하다. 밑도 끝도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콤부차에는 알코올 성분이 포함돼 있다.

콤부차는 홍차와 녹차에 당과 유익균을 넣어서 발효해서 만든다. 알코올은 식품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산물이다. 정확히는 당이 화학적으로 분열하면서 일종의 알코올 성분을 띠게 된다. 이런 터에 콤부차는 필연적으로 술기운이 돌기 마련이다.

그러나 콤부차를 주류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만들기에 따라 알코올 함유량이 엔간한 술에 버금가는 3% 이상으로 솟는데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도수를 낮춘다. 예컨대 국내에서 콤부차를 제조해 판매하는 코어바이오사(社)의 아임얼라이브 콤부차는 식품 유형이 `기타 발효 음료`로 구분된다.

제도적으로 보더라도 콤부차는 주세법상 주류가 아닌 음료수로 구분된다. 한국은 음료에 알코올이 포함돼 있더라도 함량이 1% 미만이면 주류가 아닌 음료류로 친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함유량이 0.5%를 넘어야 주류로 구분한다.

여하튼 제조사와 방식에 따라서, 발효 기간과 온도에 따라서, 원재료와 효모의 유형에 따라서 각각 알코올 성분량은 차이가 나지만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알코올을 함유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에서 임신부와 어린아이가 콤부차를 마실 때는 성분을 따져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와 별개로 콤부차는 녹차와 홍차를 기반으로 하는 탓에 얼마나 마시는지에 따라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는 괴로울 수 있다.

다만 알코올이 몸속에 흡수돼 혈류에 녹아들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일 만큼은 아닌 수준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사람의 인지와 신체 능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앞서 영국에서 벌어진 음주운전 재판으로 돌아가면, 법원은 그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0주와 벌금 868£(파운드·한화 약 141만원)를 선고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비비시(BBC) 기사를 보면, 판사는 “콤부차가 혈중 알코올 농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음주운전을 하고 콤부차 핑계를 대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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