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경영권 매각 임박 샘코, 새 최대주주 차입금 과도 논란

박태진 기자I 2019.07.25 07:39:32

자산 1.8억 불과…등기상 본사 존재하지 않아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도…제2라이트론 사태 우려
“최대주주 자금력 확인해야…주가부양 현혹돼선 안돼”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항공기 부품업체 샘코(263540)의 새 최대주주 실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샘코는 오는 25일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한 주식양수도 작업이 마무리되면 최대주주가 이창우 현 대표이사 외 4인에서 크레도파트너스 외 5인으로 변경된다. 하지만 새 최대주주인 크레도파트너스의 자산이 많지 않은데다 등기부등본상 주소에는 없는 회사로 파악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두달 새 널뛰기 한 주가 등을 고려해 볼 때 주가부양을 통한 무자본 인수·합병(M&A)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 주가 부양, 자금 확보로 활용

샘코 주가는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변동폭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조달과 최대주주 변경 수반한 주식 양수도 계약설이 퍼지면서 5월 초 5000원대였던 주가는 다음달 3만원 넘게 치솟았다. 호재성 소식을 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이 활발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샘코는 지난 5월 2일 54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지난달 13일에는 장중 한때 연중(52주) 최고치인 3만6650원을 기록했다. 약 한달 새 7배 가까이 뛴 것이다.

하지만 샘코 주가는 최대주주 주식 양수도 계약 일정이 지연된다는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이 매물을 던지며 급락한 후 이달 초순을 지나면서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24일에는 1만7850원에 거래를 끝냈다. 그러나 5월초에 비하면 여전히 3배 이상 높은 상태다.

시가총액도 덩달아 뛰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샘코의 시가총액은 지난 5월 2일 429억원에서 지난 23일 현재 1412억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이처럼 샘코의 주가나 뛴 이유는 경영권이 걸린 주식 양수도 계약과 총 327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조달 소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이면에는 새 최대주주가 주가부양을 통해 자금력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적지 않다. 실제로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샘코 주식을 매집하라는 문자메시지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참여자 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 주식을 사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개인투자자는 “24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문자가 와서 광고 문자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다음주 월요일부터 샘코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미리 매집해놓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형적인 무자본 M&A의 형태라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무자본 M&A란 돈이 하나도 없이 회사를 인수하는 게 아니라 부채를 더 빌려와서 인수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체 자본이 얼마 되지 않을 경우 사채나 주변 지인 돈을 끌고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새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이 샘코를 인수할 자금력이 뒷받침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레도파트너스는 등기부등본산 본점 소재지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 빌딩의 공유 오피스로 돼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새 최대주주 총 자본금 3억 채 안돼

샘코의 새 최대주주 중 개인 1명을 제외한 크레도파트너스와 드림체인, 헤이데이컴퍼니, 골든스토리픽처스, 네츄럴라인 등 5개 기업의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도파트너스는 자산이 총 1억8700만원에 불과하고 자본총계도 3100만원으로 공시됐다. 나머지 4개 기업들도 등기부등본상에는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의 자본금이 전부였다. 이들 업체의 합산 자본금은 3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샘코의 자본금은 현재 40억원 수준이다.

이 대표 외 4인은 크레도파트너스 외 5인과 360만2881주의 주식을 약 30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주식은 샘코 전체 지분의 45.40%에 해당한다. 현재 기존 최대주주들은 대부분의 주식을 이미 양도한 상태이며, 약 55억원 규모의 잔금 처리만 남겨둔 상태다. 주식양수도 계약은 일정대로 진행되면 25일에 종결되며, 26일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및 감사 선임 결의만 진행된다.

문제는 또 있다. 이들 업체 중 일부는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크레도파트너스는 등기부등본상 본점 소재지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빌딩이었지만, 이데일리가 확인해본 결과 공유형 사무실이었고, 현재는 입주해 있지 않았다. 사무실 관계자는 “예전에 입주했다가 나간 것 같다”며 “최근 1년새 입주 리스트에서는 확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소재 업체 중 헤이데이컴퍼니와 골든스토리픽처스는 사무실이 존재했지만, 네츄럴라인이 있다는 강남구 청담동 소재 빌딩에는 다른 미용서비스 업체가 들어서 있었다. 등기상에는 주소지 변경이나 등기 일자도 나와 있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등기 주소상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페이퍼컴퍼니로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해진다”며 “예전에 라이트론(069540)을 인수한 최대주주도 비슷한 방식으로 무자본 M&A 혐의를 받아 해당 업체는 결국 거래정지까지 가고, 일부 기업은 상장폐지 되는 등 그간 좋은 회사들이 무너진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최대주주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자본 M&A를 하려는 최대주주의 특성은 자기자본이 너무 작기 때문에 대부분 주식담보대출에 의존하다보니까 부채 등을 빌려오기 위해서는 주가가 빠지면 안된다”며 “이로 인해 굉장히 많은 호재성 스토리를 만들고 주변에 주식을 사라고 얘기하는가 하면 내부자들이 비공개 정보를 유출해 시세조정으로 갈 가능성도 높은 만큼 호재성 소식과 주가급등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