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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경매브리핑]거제시의 텅빈 조선소

정다슬 기자I 2018.03.10 10:30:00
△지난 8월 경매가 진행된 경남 거제시 연초면 오비리에 있는 (주)장한의 조선소는 400억원에 낙찰됐으나 이는 채권자에 의한 낙찰로, 유찰에 따른 가격하락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주)장한의 조선소. [사진=지지옥션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부와 채권단이 지난 8일 성동조선을 법정관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STX조선도 당장 법정관리는 피했지만 혹독한 구조조정을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는 지역경제를 먹여 살리는 거점기업이었습니다. 이 두 기업을 거점으로 협력사는 물론 지역 부동산경기, 상업경기가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었을 겁니다. 좀비 기업을 계속 혈세를 투입해 살릴 수 없다는 주장과 당장 이 기업이 무너지면 이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회사 역시 줄줄이 도산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부닥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법정관리 위기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회생했지만 그간 거제시의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 2곳을 기반으로 성장한 도시였던 만큼 조선업 경기가 고꾸라지자 2017년 말 기준 거제시 인구는 25만 4073명으로 2016년 말보다 3110명 줄었습니다. 26년 만의 인구 감소입니다. 실업률도 2016년 10월 2.6%, 2017년 4월 2.9%에서 반년 만에 2017년 10월 6.6% 수준까지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반면 고용률은 같은 기간 64.2%→63.5%→59.3%로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협력업체는 조선업 몰락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주)장한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1차 협력업체로 한때 거제를 대표하는 우량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10월 조선 경기 악화 여파로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법정관리 전 이 회사의 2, 3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해 농성을 벌였지만 막판 회사를 살리는 게 먼저라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결의에도 불구하고 (주)장한이 회생하지 못하면서 이들 역시 잔혹한 칼날을 피해하기는 못했습니다.

지난 8일 통영지방법원에서는 경남 거제시 연초면 오비리에 있는 (주)장한의 조선소가 경매에 나왔습니다. 이 조선소는 2016년 7월 경매가 개시됐지만 세 차례의 변경과 한 차례의 유찰이 이뤄진 후 결국 감정가(461억원)의 86.7%인 00억원이라는 가격에 낙찰됐습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는 이번 주(5~9일) 최고 낙찰가입니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의미의 낙찰로는 보기 어렵습니다. 낙찰자가 채권자이기 때문입니다. 서지우 지지옥션 연구원은 “입찰자가 없어서 유찰이 되면 최저매각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며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입찰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우, 채권자는 시중에서 매각을 다시 시도합니다. 그러나 조선업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중에서 이 조선소를 살 매수자가 나타날지는 불확실합니다.

희망적인 소식은 있습니다. 극심한 일감 부족에 시달리던 대우조선해양이 3월 들어 7척 릴레이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 들어 컨테이너선 8척과 LNG선 1척을 수주했습니다. 조선업 경기가 회복되고 공장이 돌아가면 이 불꺼진 조선소 역시 열심히 돌아가는 날이 있을 겁니다. 거제의 봄이 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번주 전국 법원 경매는 2150건이 진행돼 751건이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은 76.7%로 전주 대비 0.8%포인트 하락했으며 총 낙찰가는 230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주거시설은 353건 경매 진행돼 이중 157건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은 89.4%로 전주 대비 12.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주간 낙찰가율은 99.4%로 전주대비 0.6%포인트 상승해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서울 아파트 경매물건 36건 중 23건이 낙찰되며 낙찰률 63.9%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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