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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우조선에 따르면 정성립 사장은 지난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설명회에서 “경쟁이 과열돼 있다. 저가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잠시 숨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주 가뭄에 빠진 국내 빅3 간의 선박 건조계약 경쟁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 조선업체의 공격적인 영업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빚어지는 일종의 ‘유혈사태’를 피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선가를 낮춰 울며겨자먹기로 사업을 따낼 것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체질 개선과 원가 절감을 통해 근본적인 가격경쟁력을 갖추자는 주문이다.
대우조선이 이처럼 공격적인 영업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는 데에는 그동안 따낸 수주 잔량이 타 업체보다 많아서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의 선박, 해양·특수선 수주잔액은 18조2100억원, 21조5700억원으로 같은해 기준 연간 생산실적으로 미뤄보면 각각 약 2년10개월치, 2년7개월치의 물량이 남은 상황이다. 반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1~2년치 수주잔량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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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다른 업체보다 손실도 크고 하니 공격적으로 입찰을 들어갈 거라 생각하지만 자칫 가격 덤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란의 발주에 대해 신중을 기하자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대우조선의 올해 첫 수주도 영업 활동의 결과가 아닌 해외 자회사의 물량(유조선 2척·1억3000만달러 어치)을 이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과부하에 걸린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의 물량을 옥포조선소로 당겨오는 식의 계약이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의 수주였지만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고육지책이었다.
정 사장은 각 사업분야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해양플랜트 기본설계 인력과 연구개발 인력을 서울 본사에서 옥포조선소로 옮긴 것도 영업 확대보다는 해양플랜트의 적기 인도를 통한 비용절감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다. 대우조선은 2014년 10월 이후 해양플랜트 계약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준비중이다. 오는 2019년까지 외부 인력을 포함한 1만2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회사의 적정 매출과 인력 수준인 12조원, 3만명 수준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생산능률을 현 70%대에서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국내 회사의 기술력이 중국 업체보다는 뛰어난 게 자명한 사실이지만 가격 조건이 어느 정도 맞춰져야 수주가 가능하다”며 “치열한 영업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체질 개선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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