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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거래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998건으로 1년 전보다 41.4%가량 줄었습니다. 2014년 2월(7834건)과 비교해도 36.2% 줄어든 숫자입니다.
청약경쟁률도 뚝 떨어졌습니다. 2월 전국 주택 청약경쟁률도 평균 5.35 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8.07 대 1)에 비해 크게 낮아졌습니다. 2015년 1년 전체 평균 청약경쟁률(11.48 대 1)에 비하면 반토막 났고, 지난 1월 평균 청약경쟁률(9.62대 1)과 비교해도 훨씬 못 미칩니다. 청약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아파트와 이런 상황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으며 높은 경쟁률을 보인 아파트 간의 양극화 현상도 눈에 띕니다.
최근 이같은 주택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지목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의 불확실성입니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이 호황이었던 것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다주택자 규제 완화’, ‘재건축 활성화’, ‘공급조절’ 등 부동산 활성화 3종 세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즉, 정부가 규제를 풀어 부동산시장을 떠받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주담대출 심사 강화로 제동을 겁니다. 바로 원리금 균등상환을 원칙화하고 소득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해 부실대출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지요. 집단대출은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됐지만, 시장은 이를 정부의 주택시장 부양 의지가 끝났다는 신호로 해석하며 제동이 걸립니다. 실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빚내서 집 사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은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지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부동산정책 속에서 지금 부동산시장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모습은 ‘집값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하락론자와 ‘호가를 낮추지 않는’ 상승론자의 눈치싸움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부작용입니다. 올 3월 분양물량만 3만 927가구로 2000년 이래 최대라고 합니다. 5월부터 지방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시행되는 데다가 건설사들이 4월 총선 전 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아파트가 공급과잉이 아니더라도 한 사회가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수요는 한정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나오면 당연히 미분양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시장은 더욱 패닉상태(불확실성)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매매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분양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분양시장 역시 일반 매매시장을 바탕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 미분양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도금대출 심사 강화를 놓고 주택업계와 금융당국이 대립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일반 매매시장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시점부터 예견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하남 미사에 집을 분양받은 한 선배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이 선배 역시 전세난에 지쳐 대출을 받을 각오로 집을 계약했습니다. 집값이 거세게 오르자 ‘이제 집살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면서 분양을 받은 것이지요. 그러나 시장이 불과 몇 개월 만에 향방이 불안해지자 이번에는 ‘집값이 너무 내려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생겼다고 합니다. 집을 사도 걱정, 안 사도 걱정인 자신을 보며 이 선배는 “집값이 내려가거나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천천히 일관되게 움직여서 충격을 줄이고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우리 정부에게도 들려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