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자국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대한 미국 내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과거 신평사들이 국가 부도를 효율적으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다.
12일 WSJ는 S&P의 미 신용등급 강등은 투자자들이 채권의 적절한 금리를 계산해 부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신평사의 주요 역할을 부각시켰지만, 35년간의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신평사들은 그들이 등급을 책정하는 국가들의 부도 가능성을 거의 예측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투자자들에 가장 필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향후 1년 내 부도 예측에서 부진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S&P가 1975년부터 등급을 매겨온 국가 가운데 15곳이 부도가 났는데 이 중 12개 국가는 부도 발생 1년 전 `B`나 그 이상의 등급이 부여됐다. S&P는 B 등급 국가가 1년 안에 부도가 날 가능성을 2%로 보고 있다. WSJ는 이들 사례 가운데 80%에서 S&P는 1년 내 부도 발생 리스크에 대해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역시 등급을 책정한 13개 국가 중 11곳에 대해 부도 발생 1년 전 B 등급 이상을 부여했고 이 중 3곳은 `Ba`등급을 받았다. 무디스는 `BB` 등급의 1년내 부도 가능성을 0.77%로 보고 있다.
WSJ는 구체적인 예도 제시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2001년 1월 당시 모두 `BB-` 등급을 가지고 있었지만 1년 뒤 아르헨티나엔 디폴트가 발생했고 브라질은 10년간의 경제 번영 초입부에 있었다는 것. 또 S&P와 무디스 모두 에콰도르의 신용등급을 부도 발생 1년 전 `트리플C(CCC)`에서 `B`로 상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평사들은 등급 책정이 실제 디폴트 가능성보다는 국가들 사이의 상대적인 부도 리스크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채권펀드 매니저들은 이 같은 사례는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신평사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제롬 부스 애쉬모어투자운용 리서치 헤드는 "위기가 명백해지면 신평사 모델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