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부금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민영주택에만 청약할 수 있어 중대형아파트 위주의 분양시장 흐름과 맞지 않아 `무용론`이 제기돼 왔었다. 게다가 최근 주택청약종합통장 출시를 앞두고 있어 부금 가입자들의 이탈이 더욱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청약부금 가입자는 111만9495명으로 2000년 3월 가입자(117만7526명)보다 적었다. 청약부금 가입자가 가장 많았던 2003년 12월 273만7243명의 43% 수준이다.
청약부금 가입자는 2000년 3월을 시작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2003년 12월을 정점으로 줄곧 줄어들고 있다. 매달 1만~2만명 가량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들어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청약부금 가입자가 급속히 줄어드는 이유는 청약부금 통장의 효용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건설업체들은 85㎡ 초과의 중대형아파트 분양에 집중해 청약부금 가입자들의 청약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청약부금 가입자들은 청약예금으로 갈아타는 등 이탈 현상이 심해졌다.
게다가 지난 2007년 도입된 청약가점제도 청약부금 가입자 감소에 한 몫을 했다. 청약부금은 민간 중소형아파트에만 청약할 수 있다. 하지만 75%를 가점제로 뽑기 때문에 신혼부부 등 젊은층은 점수가 낮아 당첨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젊은층의 이탈이 심했다. 실제로 청약가점제 방안을 발표했던 2007년 3월 1개월 동안 청약부금 가입자가 3만1000여명 감소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도입키로 결정한 주택청약종합통장의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규 분양이 적은데다 당분간 분양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일찌감치 종합통장을 신청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종합통장을 취급하는 A은행 관계자는 "청약예금이나 청약저축과는 달리 청약부금의 장점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청약부금통장을 써서 청약할 수 있는 분양아파트가 없다고 판단해 미리 종합통장으로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월말 기준 청약예금, 청약부금, 청약저축 가입자는 총 604만922명으로 전달(613만8902명) 대비 9만7980명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2006년 4월 728만3840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124만2000여명이 줄어든 셈이다.
청약예금 가입자는 238만4249명으로 전달에 비해 3만650명이 줄었으며 청약저축 가입자 역시 253만7178명으로 2월 대비 3만8681명 감소했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청약저축 가입자까지 줄어든 것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서민경제가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미분양 증가, 종합통장 등장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